블로그 옮깁니다

http://fluctus.tistory.com


글에 관한 문의도 여기로 부탁드릴게요! :D

'ChitCha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리 크리스마스 앤 해피 뉴 이어  (13) 2014.12.28
트이타  (1) 2014.12.16
작업용.  (2) 2014.08.23
LExTOxGUN  (0) 2014.08.07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내용을 보시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앤 해피 뉴 이어


크리스마스 여행.
공기가 안 좋았고 물가는 세일 기간이었지만 한국과 비슷했고 길거리 음식이 맛있었고… 마카오는 다시 안 가고 싶다. 많이 실망스러웠다. 원래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인간인데 거기에 평발이라는 핸디캡까지 합쳐져서 6시간 걸어다니면 발목이 으스러지는듯한 통증과 짜증에 시달렸다(당연하게도 본인 얘기). 마카오와 홍콩의 길거리… 길거리 담배빵과… 관광객을 상대로 갑질을 해대는 마카오의 택시 기사들과… 이럴 바엔 다음엔 차라리 헤르츠에서 렌트카를 빌려 밤베르그에서 한 달 동안 마을 주민 놀이를 하며 크림 스파게티를 처먹을 것이다…

그리고 소고기 컵라면에 진짜 소고기 건더기가 든 레토르트 소고기 카레가 들어있었던 게 충격이었다. 사올 걸.

☞ 조금 껄쩍한 걸 보는 바람에 썰계에서 풀었던 썰들은 비공개로 돌려놓았습니다. 조만간 티스토릴 옮기든지 홈을 파든지 해서 그냥 통합 개인 페이지를 만들어야할 것 같습니다.
여하튼 홈 파서 돌아오든지 글을 적고 돌아오든지 하겠습니다. 네이버 블로그도 있긴 한데 개인적으로 썩 네이버로 가고 싶지는 않네요. 그냥 트위터를 대신해서 게임 얘기도 하고 부족한 글도 적고 사진도 올리고 그런 홈‥ 나름 로망인데 역시 포토샵을 배워야겠어요.

2015년이 올 때까지 글을 적을 것 같지가 않아서 그냥 메모:
▶ 홈페이지 만들기
▶ 연하장
▶ 초콜릿
▶ 제본

지금 2014년 맞나…?

다들 감기 조심하시고 한 해 마무리 깔끔하게 하실 수 있으시기를 바라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ChitCha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로그 옮깁니다  (1) 2015.04.07
트이타  (1) 2014.12.16
작업용.  (2) 2014.08.23
LExTOxGUN  (0) 2014.08.07

뻘글.

  다이무스 홀든은 그렇게 한참을 누워 천장에 새겨진 기하학적으로 이어진 꽃줄기를 눈으로 좇고 있었다. 이따금 부옇게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두세 개로 분열되는 꽃봉오리에 몇 번이고 손등으로 눈을 눌러 비비며. 방 안의 공기는 어느샌가 적당한 온도로 데워져 더는 춥지 않게 되었으나 옴폭 패인 등허리 아래엔 축축한 식은땀이 고였다. 사타구니 께에 닿는 시트는 축축했고 금방이라도 손을 벨 수 있는 종이처럼 풀을 먹어 빳빳하게 접혔다. 우린 좋아하니까 섹스하는 거잖아. 녀석은 그렇게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좋아한다는 말의 정의를 알지 못한다는 현실만은 명확했다.

'Cyphe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글다무. 구원.  (2) 2014.11.06
이글다무. 생일  (0) 2014.10.12
마틴다무. 미카엘.  (0) 2014.09.07
이글다무. 조각글. 절취.  (0) 2014.08.31
이글다무. 수조.  (0) 2014.08.22

트이타

트위터 잠수 탔습니다~! 당분간은 요기 티스토리에서 먹고 잘 것 같아요~! \(⊙~⊙)/ 쪼오끔 마음정리할 일이 있어서 다이무스는 계속 파지만 지금까지처럼 노라이프하게 파지는 않으려구 노력할 거예요… 다이무스 예쁘다 우쭈쭈 내 인생은 다이무스 파는 데에 노쓸모 우쭈쭈

움 또 먼 소릴 해야 좋지 웅 블로그 글케 변태적으로 쓰진 않았다구 생각했는데 유입 검색어가 겁나 핫해서 제 낯이 홧홧해지네요… 노멀한 ㅇㄴ 플레이(썩 노멀하지도 않은데)를 검색하구 들어오신 일반인(이것도 일반인스럽지는 않고)들과 리버스 분들이 공존하시는 것 같ㅌ다… 이 자리를 빌려 사죄드리겠습니다 ^ㅡ^)…… 많이 놀라셧죠… 저두…… 검색어 보고 많이 놀랐읍니다…… 무엇을 생각하든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시는 닝겐들……

일단 대강 일케 포말하게 공지글 하나 올려두고 나중에 컴터 켤 일 있음 공지로 수정할게요~~ 쫀 하루 보내시구 언제나 감사합니다 ㅠ~ㅠ) 트위터는 언제 다시 시작하게 될 지 모르게찌망… 트위터 넘 재미써서 끊기 힘두러…

그래두 일단 티스토리에서 살 거라구 기왕에 말한 거 티스토리에 잡담란두 만들었져…… 티스토리에서 그래도 좀 얌전하게 말했는데 이제 그런 거 없어, 주것어…… 음, 사이퍼즈 말구 다른 장르도 파고 있구 기타 콘솔 게임 등도 하고 있지만 일단 요기는 본진으로 남겨둬야할 것 같아서 다른 장르는 따로 블로그를 팠어요! 혹시 링크 필요하신 분들은 말씀해주시라~!


'ChitCha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로그 옮깁니다  (1) 2015.04.07
메리 크리스마스 앤 해피 뉴 이어  (13) 2014.12.28
작업용.  (2) 2014.08.23
LExTOxGUN  (0) 2014.08.07

본계2

다이무스가 죽고서 제법 시간이 흐르고 드렉슬러가 침대에 누워 조용히 다이무스의 이름을 불렀으면 좋겠다. 곁에 잠든 연인이 깰까 한껏 소리를 죽인 것처럼 그렇게. 드렉다무가 넘 보고 싶다. 다이무스가 자신을 떠나갔을지언정 죽지는 않았다 믿는 드렉슬러…


여친 다이어드 돕는다고 음식에 손을 대지 말라며 냉장고 음식들에 눈깔 붙여놨다는 고대썰 보고 있으니 나도 다이무스 구두코에다 눈이나 달아주고 싶다… 신고 나가지 마려무나… 집에 있어… 지켜 보고 읐드… 샆 애기들이 무기에다 막 싸우지 말라며 눈 붙여놨으면 좋겠다… 갸아아앗… 태도에 눈 두 개! 벨저 오빠야는 눈 네 개! 이사님은 무기 없어요? 그럼 그, 엄지랑 검지 맞붙는 자리에 눈 두 개 붙여주고 엄지검지 뻐끔뻐끔 손놀이나 했으면 (^ㅡ^)…


다이무스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들이 너무 좋다. 장남/형/후계자/사내/에이스니까 등등의 이유로 다이무스를 저마다 자신만의 틀에 끼워맞춰 비춰보곤 멋대로 실망하거나 미워하거나 경애하거나 동정하거나 사랑하거나… 시선들로 이루어진 다이무스는 사랑스러워…

'Thread'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본계  (6) 2014.12.02
본계에 푼 거  (0) 2014.08.12

본계

떠든 거.


  손바닥 맞았을 때 분명 피는 나지 않았는데 피냄새가 나는 거… 코를 묻었을 때 후끈하게 올라오는 열기랑… 근육이 살갗을 째고 나올 것 같은 통증이랑 짠내랑… 어린 다이무스가 보고 싶다… 손바닥에 회초리 자욱이 난 어린 다이무스가 보고 싶다…


  10년이 지나도 빅터는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면 좋겠다. 헬레나에 관한 것과 전쟁은 배제하고. 빅터는 다이무스의 도움을 바라지 않고 다이무스도 도움을 줄 생각이 없었으면 좋겠다… 오지진이 10년 후 빅터다무를 던져주는 바람에 지금 퍼덕 날아오를 것 같다… 퍼더덕… 퍼더덕… 회사로 다이무스를 찾아온 빅터에게 누군가가 지나가는 말로 닮았네, 하고 던진 말을 아닌 척, 신경쓰지 않는 척 했던 주제에 빅터가 오래 품고 있었으면 좋겠다… 느껴진다, 캐붕의 향기… 하지만 10년이 지난 기억 속 다이무스는 미화되어 너무도 커다란 벽처럼 느껴지고 '커서 당신의 발자욱을 좇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우습게만 느껴졌으면 좋겠다 (ㅠ.ㅠ ) 하지만 다이무스는 되려 빅터를 바라보며 자신이 얼마나 치기어렸는지를, 얼마나 악에 받혀있었는지를 떠올렸으면. 어느정도 색이 자리잡기 시작한 성인과 풋내나는 성인의 온도차를 누군가가 좀… 좀… 적어주셨으면… 그려주셨으면… 찍어주셨으면… 그냥 세상 빛을 좀 보게 해주셨으면…


  입을 억지로 벌리려고 하관 틀어쥐고 비틀다가 코 잡고 키스해버리는 거 보고 싶다.


  시발, 나는 안경이 지 몸 같은 놈들이 넘 좋다. 안경 없을 때 미간이 넓어보여서 어색한 것까지 다 예뻐 죽겠다.


  누가 릭이 물고문 하듯이 공간 열어서 적 뒷머리 붙잡고 처넣었다 빼는 거 연성해주셨으면 좋겠군… 다녀오시오, 하고 존나 단호하게 산지옥을 보여주면 좋겠다… 이런 캐릭터는 아니지만 개취로(막말)


  난 호모를 파고 있으면 격렬한 주먹다짐이 보고 싶고 백합을 파고 있으면 곁에서 숨만 쉬어도 그녀들의 짜증이 느껴지는 캣파이트가 보고 싶다 (ㅠ.ㅠ ) 이럼 안 되는데 얼굴에 주먹 갈기고 손톱 갈기는 게 증말 좋아 (ㅠ.ㅠ )


  책상에 두 팔로 몸을 지탱한 채 일어서서 신문을 읽는 다이무스… 뒤로 이글이 다가와 철썩 등에 제 가슴을 붙이고선 다이무스를 다리 걸어서넘어뜨렸으면 좋겠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다이무스는 넘어져주지 않을 거야… 크으으으, 이글다무! 다이무스! 다이무스으으!(가슴을 쥐어뜯으며) 만약 다이무스가 넘어져준다면 이글이 다이무스를 책상에 깔아뭉겠으면 좋겠다 (ㅠ.ㅠ ) 넘어지지 않는다면 다이무스는 진즉 이글을 눈치채고 이글, 하고 부르겠지… 목소리 데드섹시… 다이무스가 솔직히 제 감정을 잘 깨닫지 못하는 유의 인간이었으면 좋겠다. 써느러운 일갈을 날리다 상대의 표정을 보고 문득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아차린다거나 버릇처럼 든 만년필로 적어내린 문장에야 제가 화가 났다는 걸 떠올린다거나… 하나도 안 웃긴 드렉슬러의 개그였는데… 집에 와서 다시 생각하다 갑자기 발작처럼 웃음이 터진다거나…


  분노에 차서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린 다이무스 보고 싶다… 손이 떨려오면서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글이 피떡이 돼서 바닥에 누워있으면 좋겠군… 이글이 피 섞인 침을 뱉어내면서 다이무스를 비웃었으면 좋겠다. 온 몸으로 그냥 맞아준 거야를 외치며… 어릴 적부터 애어른이어서 격정적으로 분노하는 법을 몰라 책을 펼친 채 손바닥으로 우그러뜨리는 게 보고 싶어요 ㅠㅠㅠ 다이무스… 우리 예쁜 다이무스…


  난 아직도 다무다무에 미련이 가시질 않는다… 더… 더 적고 싶은데… 더… (ㅠ.ㅠ )… 모체와 같아지기 위해서 자신에게 흉터를 부여하는 클론 다이무스… (ㅠ.ㅠ )…


  켄타우로스 홀든 보고 싶다. 신화속 켄타우로스들이 인간보다 1.3배 정도는 크다는 게 너무 좋다. 이글이랑 벨저는 머리카락이 정말 고울 것 같고 다이무스는 위에서 내려다본다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올려다보면 눈그늘이 져있겠지. 하얀 속눈썹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도 예쁘지만 아래서 올려다보는 것도 정말 개꿀이지 않을까. 발굽이 부딪는 따그닥대는 소리가 너무 듣고 싶다. 대리석 바닥을 근엄하게 걷는 다이무스(주르륵) 뭔가 보고 싶은 내용이 있기보다도 그냥 그 장면이 그려져서.손목 발목을 다 부러뜨리곤 움켜쥔 채 다이무스 왈츠 한 곡 추게 만들고 싶다.


  다이무스 냉동실에 처박고 싶다.


  개인적으로 총라티오는 사용한 직후의 총신이 너무 좋은 게, 쑤셔 박으면서 구강에 화상 입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꺼냈을 때 총신이 매끄럽게 빛나는 것도 좋고 고인 침을 삼킬 때 화약 맛이 남아서 컥컥대는 거 보고 싶다. 총신보다도 방아쇠를 쥔 손에 시선이 닿아서 공포로 동공이 움찍이는 것도 좋고 목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숨을 쉴 때마다 뜨겁기만 해서 머릿속이 하얗게 비는 것도 좋음.


  공황장애 걸린 것처럼 다이무스 앞에서 좋아한다고 숨도 쉬지않고 분한 표정으로 복창하는 이글이 보고 싶다. 말이 복창이지 정말 모든 말을 잊은 것처럼 외쳤으면 좋겠다. 그 상황이 되게 씨발스러워질 거라는 걸 알고 있으면 더 좋아(데구르르) 이런 건 되게 클리셰 같지만 처음엔 느낌표 한 서른 개 붙을 것 같은 기세로 시작해선 마지막엔 잦아들면서 좋아한다고 씨발 뭐 이런 것도 좋은 것 같다. 난 아무래도 이런 시츄보다는 그냥 이글다무가 보고 싶은가보다.


  갓 씻어서 퉁퉁 부어오른 다이무스 발가락 만지고 싶다. 다이무스도 씻고 나서 허옇게 일어난 입술 껍질을 부지중 뜯는 버릇이 있으면 좋겠다. 수건에 얼굴을 문대면 핏자욱이 묻어났음 좋겠다… 모르겠다… 다이무스 보고 싶다…


  넌 내가 질릴 때까지 내 곁에 있어야할 거야 싶은 이글이 보고 싶은 밤이다…


  바레다무는… 습기 찬 손을 맞잡는 그런 기분이야… 막 끈적끈적하고 금방이라도 곰팡이가 필 것처럼 감정이 포화상태인. 관계가 썩어들어가도 겉으로 드러나는 건 속이 모두 삭아버린 이후일 것 같다. 아니면 카포레짐과 차기 가주라는 그런 당당함도 좋아. 자신의 위치를 누구보다 잘 이용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두 명이기도 하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미성년 때에 비해 내적으로 스스로에 가장 차이가 극심한 캐릭터가 개인적으로 다이무스와 히카르도일 것 같은 막연한 환상이 있다. 바~ 레~ 다~ 무~ 타임라인에 바레다무가 보이니 바레다무가 더 보고 싶다. 혈관에선 구더기가 자라고 안구 너머에선 날파리가 끓겠지만 괜찮을 거야. 다이무스 홀든은 널 화장시키지 않을 거거든. 히카르도 불멸자 다쉬퉤어놘돠! 하면서 흡혈률 크리티컬 찍는 게 다시 생각해도 너무 설렌다. 어두침침하고 습한 뒷골목에서 찢어신 살거죽이 다시 재생하며 심박에 가까스레 몸을 일으키는 히카르도가 보고 싶다. 목이 타고 허기가 질 거야. 그러면 아무렇게나 거렁뱅이들의 목줄기를 물어뜯어 해갈하고는 그림자에서 햇빛 속으로 걸음을 옮기는 네가 보고 싶다. 네가 언제나 살아 돌아가는 곳이 다이무스 홀든의 곁이었으면 좋겠다. 시커멓게 말라붙은 피딱지를 제 몸에 덕지덕지 얹고 가겠지. 더는 죄책감 따위 느낄 수가 없어서 다이무스 홀든의 곁에서 조용히 제일 처음 일어나 제 목구멍 속에 털어넣은 핏물을 고백하고 제일 처음 일어나 떠올린 다이무스 홀든의 이름을 고백했으면… 그런 바레다무가 비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가장 행복이었으면 좋겠다. 불멸은 회피성의 것이 아니고 그걸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동화가 아니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가 불가능하다는 걸 당신들은 너무도 잘 알 나이니까. 그냥 그 속에서 살았으면 좋겠어.


  이글이 다이무스의 벗은 등을 훑어 내리면서 뼈 마디를 소리내서 하나하나 세어줬으면 좋겠다. 목에서부터 시작해 천천히 눈을 내리뜨고 '하나.' 이렇게 말하는 게 보고 싶다(우울)


  다이무스가 피나 술을 그득 채운 좁은 욕조에서 샴페인 잔이나 머리 위로 부어버렸으면 좋겠다. 뒤로 젖힌 고개가 너무 보고 싶다… 목울대가 보고 싶다… 다이무스… 그냥 다이무스가 보고 싶어…


  벌레먹은 다이무스 멘탈이 보고 싶다구 한다… 어서 이글이 다이무스 인생에 개미나 풀었으면 좋겠다.… 형아 저렇게 단내가 진동하는데 좀 뜯어먹어, 오네가이…


  사람한테 취해있다는 게 그렇게까지 낭만적이지는 않잖아. 다른 사람과 네가 말을 섞으면 다른 사람이 미워지고 우리 대화 위에 다른 이름이 들어오면 짜증부터 나고. 그래도 다이무스를 해할 생각은 하지 못하는 이글이 보고 싶다. 가지를 쳐내고 땅을 무너뜨려서 얇은 나무줄기와 두 발을 겨우 디딜 수 있는 땅만을 다이무스에게 남겨주는. 다이무스에겐 아무짓도 하지 않아. 형이 날 미워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이런 감정이 지배적이라거나. 미움 받는 건 힘들지 않지만 다이무스라면 조금 다를 것 같기도 하고(약간은 무서워할지도 몰라). 하지만 종래엔 미움 받는다는 게 생각보다 기분 좋은 일이라는 걸 알게되어줬으면… 아… 자다 깨서 횡설수설…


  가끔 다이무스 네 손에 어린 시절 굳은살이 박혀 제대로 구부러지지조차 않았던 손가락이 하나쯤 있었다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Thread'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본계2  (1) 2014.12.08
본계에 푼 거  (0) 2014.08.12

이글다무. 구원.

  밤의 문을 열었고 해 질 녘의 문을 닫았다. 그 무수한 새벽의 틈바구니서 나의 꿈은 도시 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철겹게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 누구도 묻지 않았음에도 쌓일 눈이네요, 하고 말한 한나는 창을 닫았다. 금세 김이 서리기 시작한 유리 위로 하얗게 육각 결정이 이음새를 맺었다. 늦은 겨울보다는 이른 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손등을 갖다 문댄 유리가 축축했고 얼음처럼 시렸다. 등을 진 벽난로에서는 나무 타는 소리가 들려왔다. 온기 속에서 피곤이 손가락 끝 파슬파슬 공기 중으로 흩어지듯 간헐적으로 몰려왔다. 지독히 인위적이어서 불쾌하기 짝이 없는 감각에 발가락이 얼어붙어 썩어가기 시작한 것인지 아른아른 저렸다. 결과적으로 나는 아주 작게 뒤척였다. 가끔 푹 꺼진 바짓단이 펄럭였으나 여전히 고통은 없었다. 의식적으로 향하던 시선을 거두어 붉은 불길과 희게 질린 창틀에 붙박았다. 너의 얼굴이 보였다. 그 너머서 여전히 식어빠진 얼음알갱이들이 그림을 그리기 위한 종이처럼 쌓여가고 있었다. 


  날 고치려 들지 마. 아직 부서지지 않았으니까.


  다이무스 홀든이 죽었다. 흉포하게 흉곽을 뜯겨 꿰뚫린 심장은 확실히 멎었으니 그는 변명의 여지조차 없이 살해당했다. 하지만 나는 내 시체가 썩는 냄새를 맡지 못했다. 숨을 쉬는 것조차 가끔 잊어가며 고민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째서 고민할 수 있나를 여전히 고민하고 있었다. 내게 목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너의 억지스러운 입맞춤을 받고 이틀이 지나지 않아서의 일이었다. 두 눈을 떴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둠 속이었고 눈을 더듬기 위해 자유로운 손을 들었다. 손에 닿아오는 것 또한 그러나 아무것도 없었다. 눈꺼풀을 훑지 못한 손이 빈 공간을 허적였다. 그런 손을 차갑고 딱딱한 타인의 손이 한 번에 낚아챘다. 나는 어깨를 굳혔다. 일어났어? 미안해. 하지만 그것은 멀게도 익숙한 목소리였다. 미안해. 그게 네가 의식이 돌아온 내게 가장 먼저 건넨 말이었다. 너의 손이 내 눈두덩 위로 내려 앉았다.

  "미안해, "라며 너는 강박적으로 사과했다. 조금도 미안하지 않은 목소리로. 그래도 아프지는 않잖아.

  눈가로 물기가 스멀스멀 번졌다. 눈물이었는가 벌어진 상처에서 흐르는 피였는가 알 수가 없었다. 이글 홀든. 너의 이름을 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어나오는 것은 거센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뿐으로, 그마저도 입술이 아닌 목을 통한 것이었다. 서늘한 압감이 목구멍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졌다. 너의 손가락이었다. 이따금 제대로 된 목소리가 튀어나올 때마다 너는 마치 길을 되짚듯 이전에 짓누른 곳을 더듬었다. 목구멍을 이렇게 막아야(그 순간 아, 하는 소리가 입술로 비져나왔다) 공기가 울려 목소리가 나오나 봐. 이해하기엔 어렵지 않았으나 납득하기엔 힘겨운 말. 난 형을 미워하지 않아. 너의 손은 내 뺨을 문질렀고 널 구원할 거야, 라며 웃었다. 아직 구원할 수 있는 것들이 네 속에 남아 있을 때, 내가 아직 너를 구원할 권리를 가질 때 내가 널 구원할 거야. 네가 자꾸만 속삭였다.


  이글, 나는 그러나 네가 여전히 품고 있는 의문들에 대한 답이 될 수 없을테고,

  너는 이 말을 들을 수도 듣지도 않겠지만.


  호흡조차 할 수 없는 몸뚱어리에선 가느다란 방부제의 향이 났다.

  퀴퀴하게 썩어버린 연명에서도 냄새가 난다면 필시 이런 냄새일 것이다. 


  꿈에서 빠져나오는 일은 언제나 간단했다. 새로운 꿈으로 빠져들어선 아가미를 절개 당한 물고기처럼 허파를 쪼그라뜨려 퀴퀴한 공기를 들이켜는 것이다. 현실은 끔찍했기에 합리화를 위한 꿈을 꿨다. 결코, 도피처가 될 수 없음은 알았기에 현실의 틀을 벗어나지는 못한 꿈을. 일부는 어린 시절의 것이었으며 일부는 이젠 없는 한때의 일상이었고 나머지는 내 일생 가장 죽음에 가까운 걸음을 옮겼던 하루 전부였다. 아니, 내가 죽은 날의 전부였다.

  그러고 보니 너는 일어나지 않을(불가능이라 여겨지곤 하는) 일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어중간한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는 갓난쟁이들에게 절박한 내일은 없었고 인간은 언제나 불가능한 것들에 희망을 변명처럼 덧붙여 만든 엉성한 집 한 채를 자신의 마음속에 지니고 자라난다. 가끔은 알아도 알지 못하는 척을 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네게 알려준 적이나 있었던가. 너는 연장자의 권한으로 영원했던 교훈들을 스스로 깨우쳤다. 결과적으로 나는 너를 비등하게 취급했고 너 또한 그러했다. 너와 나는 혈관 속을 타고 흐르는 어쩔 수 없는 무엇인가를 제한다면 완벽한 타인이었다. 감동적이고 허울 좋은 수직적 가족애라면 네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한 움큼 들이킬 수 있는 유의 것이었다하지만 그 이름과 그 피가 아니었다면 나는 넘어진 너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지도 네가 나를 따라오기를 기다리지는 않았겠지. 네가 내게 이토록 무거웠나. 책장에 베인 손가락을 입술로 가져다 물어 빨며 눈을 감았다.


  올려다본 하늘이 영영 내 것이 아니었다.




현 님 달성표 약속드린 글! 쪼꼼 더 여유가 날 때 내용도 길이도 수정될 것 같습니다! (8-8 )… 꾸준하게 연성하시는 현 님 보구 저두 힘내야긋어요!

'Cyphe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뻘글.  (0) 2014.12.22
이글다무. 생일  (0) 2014.10.12
마틴다무. 미카엘.  (0) 2014.09.07
이글다무. 조각글. 절취.  (0) 2014.08.31
이글다무. 수조.  (0) 2014.08.22

뉴트민호. 이름.

  이름은 일말의 관용으로 남겨진 것인지 영구하게 낙인찍기 위해 부여된 것인지.


  그가 민호의 이름을 부른 뒤에는 언제나 한숨같은 희미한 바람 소리가 뒤따랐다. 단호하게 끊기지 못하는 발음의 잔재였다. 늑골을 근질하게 만드는 얄상한 입술이 아래로 말려들고 잠시간 둥글게 변했다. 그리고 이내 여느 코쟁이 놈들이 그러하듯 '우'하고 이어지는 모음을 녀석은 꼭 묵음처럼 죽이는 것이었다. 글레이더들에게 불리는 그의 이름은 그 자신의 귀에 익은 것과는 퍽 다른 구석이 있었으나 민호가 그것에 대해 언급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글레이더들 또한 그가 어떻게 불려야하는지 알지 못했으므로 그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행운일 수는 없었으나 이름의 존재란 다행이었다. 민호는 가끔 자신이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더라면(물론 쓸데없는 가정법이었으나) 작금의 자신은 과연 어찌 불리고 있었을까를 상상하기도 했는데 글레이더들이 미로 속의 괴물을 그리버Griever라 명명한 이상 그러나 그들의 입에서 제법 구색 좋은 이름이 나왔을 확률은 희박했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오, 가슴 큰 남캐(중요)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내용을 보시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마틴다무. 미카엘.

  인간이 가장 끔찍해질 수 있는 세월이었습니다. 6년의 길다면 긴 그 시간이 흘렀을 때엔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언젠가 몸을 뉘였던 잔디밭엔 면류관을 길게 접해놓은 듯한 철조망이 장미덤불처럼 완연했고 붉은 녹이 화엽처럼 피었습니다. 그 잔디밭 위 뛰놀던 어린 아이들은 이미 머리가 굵어 제 한 걸음조차 사리며 살아가게 된 지가 오래였습니다. 키가 반으로 줄어든 청년이 섪게 하이얀 커튼이 내려간 약혼녀의 창문을 바라보고 총 한 번 쥐지 못해 저항 한 번 하지 못한 이들이 죄인이 되는 것은 흔해빠진 풍경이 되었습니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듯, 혹은 되려 물레 바늘에 찔려 불가항력의 꿈에 빠져들듯 급작스럽게 자신을 되찾았습니다. 그들이 의식적으로 머릿속에서 밀어낸 단어들은 보도 블럭 위의 구정물이 되어 자동차 바퀴에 의해 흩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행인들의 바짓단에는 전쟁 전의 편안했던 삶을 갈구하는 죄악적인 외침이 검게 묻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찌꺼기들을 수여했으나 그들처럼 버리는 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 누구도 제게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게 그것을 알려줄 노인 또한 백골이 되어버린지 오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노인이요? 나는 물었다.)

(남자가 긍정했다. 그러나 더 설명하지는 않았다.)

(나는 최대한 침통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후추를 먹어도 눈물이 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의 농담은 썰렁했으나 분위기는 일세되었다.)

(그는 만족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저는 그를 만났습니다.


(그는 잠시간 뜸들였다.)


  그는 신의 첫 번째 피조물이었습니다.


(나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먹지도 자지도 웃지도 숨쉬지도 않았습니다. 심지어 우는 일조차 없었습니다. 그의 가슴에 귀를 대본 적도 그의 목에 손을 짚어본 적도 없었으나 심장이 없는 것만은 틀림없었습니다. 저는 반쯤 확신에 차 그의 손목을 쥐어보려 손을 뻗었으나 그는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양 한 걸음을 물러섰습니다. 저는 약간의 우울과 약간의 분을 느끼며 지끈대는 미간을 눌러 문질렀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좋지 않으리라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그 직감은 이내 확신으로 변했고 저는 그날 이후 그에게 닿기 위해 노력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는 가끔 제 곁에 앉아 꼭 장례 예배를 치르는 목사님처럼 엄숙한 표정으로 저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그건 정말이지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굳이 비유를 해야만 한다면 제가 관짝에 처박혀 신의 축복을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신체의 말단이 썩어가고는데 누군가 제게 구원을 약속한 기분이었습니다. 기뻐야만했는데 기쁘지 못했습니다. 제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면 그는 조금 아픈 표정을 지었습니다. 저는 더 자주 찌푸리게 되었고 그는 더 아파했습니다. 저는 그를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잠시만 물을 마셔도 괜찮을까요? 남자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에게 물잔을 건넸다. 그가 멋쩍게, 그러나 당혹스럽게 웃었다.)

(그는 나와 얘기를 나누고 싶어하지 않았다. 잠시 일어나 내가 보이지 않는 어딘가로 가고 싶어한 것 같았다.)

(입술을 찡긋대며 나는 복도에 비치된 절수용 식수대가 고장났다는 사실을 그에게 어떻게 알려야 핑계처럼 들리지 않을까를 고민했다. 그는 그러나 물을 마셨고 입술을 한 번 핥은 위 자신의 베레모를 매만졌다. 그의 손톱은 세로결이 일어나 어울리지 않게 거칠었다.)

(그가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저는 자주 장례식에 초대받았습니다. 그런 일들은 이 끔찍했던 세월이 제게 남긴 값진 경험들 중 하나가 될 것 같았습니다. 언젠가 저는 장례식에 초대할 사람들의 목록을 만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한 사람을 적는 것도 힘에 겨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체들은 그들의 목록에 제 이름 올리기를 작당한 것 같았고 저는 한 달 내내 검은 양복을 빼입은 채 마트료시카처럼 알맹이를 감추고 오열이 흐르는 비석 앞에 서 있어야만 했습니다. 혹은, 어쩌면 저는 불청객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은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지 못했을테니까요. 아마 제 이름은 산 자들에 의해 짜집기되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날이 흐렸고 그 중 반절은 비가 내렸습니다. 사람들이 꼭 장례를 치르기 위한 날을 골라 죽은 것 같았습니다. 우중충했습니다. 밝아선 안 된다는 강박에 걸린 것처럼. 그러던 어느날, 저는 사무적인 관계였던 한 사내의 장례식에 가게 되었고 거기서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남자는 불안에 차 있었습니다. 남자는 지금 관에 들어가 죽어있는 사내의 새끼 손가락을 잘라 계집애처럼 제 목에 걸고 있었거든요. 누군가 알아차리지는 않을까 불안에 떨면서도 그는 그 손가락을 돌려놓거나 자신의 몸에서 떼어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는 예배 내내 관을 뚫어져라 응시했습니다.

  그는 사내의 동생이었습니다. 저는 예배 도중 한 번 웃고 말았는데 목을 가다듬듯 억지스러운 소음을 내야만 했습니다. 제가 쿨럭이자 사람들은 한 번 제게 시선을 주었다가 다시 저마다의 슬픔에 잠겼습니다. 그러나 저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고, 그는 그 이후로 관 대신 계속해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제가 웃어버린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죄책감은 들지 않았지만 그가 다른 이들에게 그것을 말할까 걱정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나요. 소문이 싸구려 전단지처럼 돌면 저는 그 교훈적인 경험, 그러니까 장례식들을 더는 겪을 수 없게 될뿐이었습니다.

  장례식이 끝나고 남자는 관 앞에 남았습니다. 그는 카네이션을 두 송이 눈물처럼 흩뿌렸습니다. 비가 계속해 내렸으나 누구도 그에게 돌아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자갈이 구르는 소리가 먹먹하게 들려왔습니다. 남자는 저를 응시했습니다. 저는 그의 목에 걸린 작은 이빨주머니를 바라보다 뒤돌았습니다. 남자가 생각했습니다: 위선자 챌피, 적대자 챌피.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건 그의 간악한 머리로 떠올리기엔 너무 시적인 단어들이었습니다.


(그가 눈을 감았다. 그는 쿨럭이고 있었다.)

(잠시, 잠시만요. 다른 얘기를 해볼까합니다. 그의 말에 나는 그에게 다른 이야기를 해달라 부탁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냈고 용두를 돌렸다. 이제 와선 구식이죠? 그의 말에 나는 멋지네요, 하고 대답했다.)


  시기가 시기였습니다. 반딧불로 생을 조롱하던 사내의 하얀 방엔 고통에 겨운 병인들의 신음이 그득했고 사람들은 서로의 불행을 비교했습니다.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했으나 죽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 분명했습니다. 가장 치명적이지 못한 것들을 잃은 자들은 그 속에서 침묵해야만 했습니다. 가능하다면 저는 제 심장의 일부를 도려내 싼 값에 팔아치우고 싶었습니다. 눈물이 나지 않았습니다. 한숨도 사라졌습니다. 저는 태어나 가장 완벽한 상태에 있었고 그것이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딱히 누구에게도 겪게 하고 싶지 않은 유의 감정이었습니다. 진실로 비참에 가까웠습니다. 저는 매일같이 그렇게 눈을 떴습니다. 그가 보였습니다. 그의 시선이 저를 전반사시키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의 눈 속으로 들어가지도 그의 시선으로부터 튕겨나오지도 못한 채 하염없이 그의 얼굴만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는 제 기억보다도 더없이 희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를 제한 방문객들은 없었습니다. 저는 한결같은 곳에서 한결같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저를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모두 죽어버렸든지 모두 죽고 싶었든지 둘 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제 생각을 알아차린 것인지 그런 제 표정을 이제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기민해진 것인지 모를 남자가 제 이마에 손을 짚었고 길어버려 눈을 찌르는 앞머리를 쓸어넘겨주었습니다. 맨질한 이마에 닿은 손은 꼭 공기 같아서 축축한 수건의 서늘한 기운만을 안겨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제서야 그의 아린 먼짓빛 홍채를 볼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계기는 사소했습니다. 저는 그를 본 기억이 있었습니다. 어째서 그제야 떠올랐을까 싶었을 정도로 각인은 강렬했습니다. 저는 합리적이었던 남자에 대해 떠올렸습니다. 얼핏 사내가 그와 닮은 것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입밖으로 내는 것은 스스로에게 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때문에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척했습니다. 저는 그의 이름을 소리내어 불렀고 그는 꼭 들어선 안 될 욕설을 들은 양, 이전에 제가 그를 거머쥐려 들었던 때처럼 다시금 물러섰습니다.

  아.

  저는 보았습니다. 그를요. 그의 등에 달린 날개를요. 천사같았죠. 그는 천사일 수 없었으니 꼭 천사같았습니다. 그건 공작 시간에 하얀 종이를 엮어 만든 듯한 신체 기관이었습니다. 저는 그의 날개뼈가 어째서 퇴화되지 못했을까에 대해 상상했습니다. 공상은 끊임없는 가지처럼 육속했습니다. 제가 죽었나요? 저는 물었고 사내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제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토록 유감스러울 수 없었습니다. 저는 어째서 천사를 보고 있는 거죠? 저는 화가 났고 기습적으로 손을 뻗어 사내의 뺨에 갖다댔습니다. 정확히는 갖다대려 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입니다. 손은 아무것도 쥐지 못했습니다. 무척 거세게 팔을 내뻗었기에 그대로였다면 저는 아마 사내의 따귀를 때렸을 것입니다만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결국 제 손바닥은 다시 한 번 비어버렸으니까요.

  저는 처음으로 그의 감정을 보았습니다. 성대를 거세당한 양 아무 말도 않던 이가 제게 표정을 드러냈습니다. 당혹도 놀라움도 아닌 서글픔이었습니다. 검은 날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 사이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런 유의 폐기물이었습니다.


(그가 파스스 웃었다.)


  세상에. 어째서 제가 그를 잊을 수 있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저는 제가 보았던 행인들이 깨어나듯 깨어났습니다. 물레 바늘은 저의 손가락을 찌르는 대신 목을 꿰뚫어 숨구멍을 틔웠고 보글보글 고인 피들이 검은 구멍으로 끓어나왔습니다. 저는 꺽꺽대며 목을 젖혔습니다. 돌이켜 보노라면 제가 그에게 욕정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들이마시고 먹어치우던 행복을 가장 노골적인 형태로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현재가 고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저는 언제든 기다릴 수 있었으나 이것은 어린 아이에게 마시멜로를 쥐여준 뒤 먹지 말 것을 이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손발이 떨렸고 어금니 안 침이 고였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죽었나요? 저는 물었고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당신의 장례식에 갔었죠. 요즘 건망증이 심해졌나봐요. 말을 내뱉을수록 저는 분시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이 모든 일들을 잊고 싶어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만 아무래도 큰 착각이었던 모양이었습니다. 하나 둘 잊기 위해 발악했던 파노라마가 제 귀를 파고들었습니다. 저는 한없이 작아졌고 동시에 한없이 식어들어가 단단해졌습니다. 저는 이상하게 많은 것들을 떠올릴 수 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저의 것이 아닌 것만 같은 감정들이었습니다.

  그는 저를 내동댕이쳤습니다. 저는 지옥으로 떨어졌습니다. 그의 시체를 수습했던 것이 누구였던가요. 모자를 눌러 쓴 젊은 청년이었던가요, 더는 들려오지 않는 소리들을 찾아 그의 배를 가르고 심장을 가르고 머리를 쪼개 섭식하던 괴물이었나요. 저는 목소리가 어디서부터 피어나는 꽃인지 알지 못한 채 평생 짧은 생을 보냈습니다.




미완.

'Cyphe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글다무. 구원.  (2) 2014.11.06
이글다무. 생일  (0) 2014.10.12
이글다무. 조각글. 절취.  (0) 2014.08.31
이글다무. 수조.  (0) 2014.08.22
이글다무. 죽어라. 미완.  (0) 2014.08.17

이글다무. 조각글. 절취.

 썩 하얗지 않았다. 그의 손바닥에는 굳은 살이 있었고 굳은살이 박히지 않았던 자리에는 굳은살과는 조금 다르게도 잦은 물집으로 농이 져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이글 홀든의 이빨이 언제나 그런 그의 살갗을 물어뜯었다. 그 다음에는 그 살갗 아래의, 약간은 분홍빛을 띄는 여린 살이었고. 다이무스 홀든은 이글 홀든은 밀어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 그가 이글 홀든의 기벽을 이해하려 든 것 또한 아니었다. 피를 닦아내는 손수건을 쥔 그의 손을 타고 올라가 마주한 그의 손톱은 언제나 단정하게 깎여 있었던 것 같다. 그의 손톱의 하얀 부분은 경계가 일정치 않았다. 제가 물어뜯어버린 탓이었다. 손톱 뿌리의 초생달과 그 결을 그래도 이글 홀든은 사랑했다. 사랑이라는 말은 참 쉬웠다. 그는 턱을 괸 채 생각했다. 다이무스 홀든은 내가 하고 있는 것도 사랑이고 네가 하고 있는 것도 사랑이라고 말했다. 그는 얇다란 현관문이 그렇게 무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기에 홀로 남아 고개를 끄덕였다. 감정이 뒤엉킨 겨울이었다. 그들은 계절이 지나 입지 않게 된(혹은 못하게 된) 옷을 정리하듯이 살고 있었다. 선선한 바람이 불었고 가을의 끝물 냄새가 앙상한 가지에 걸려있다 견딜 수 없게 되면 창문 새로 붉고 노오란 시쳇더미와 함께 틈입했다. 새벽녘이면 손발이 벌겋게 굳어 근질댈 정도로 공기는 이제 쨍하게 얼어붙었다.


  젖은 손을 쉰내 나는 수건에 문질러 닦았다. 손을 씻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나을뻔 했다. 오래된 수도꼭지에서는 녹내가 났고 물기를 닦아낸 수건에는 붉은 기가 묻어났다. 수도보다는 배관의 문제였다. 뒷골목과 인접한 싸구려 호스텔은 대개 이러한 형태다. 공동 욕실이 아니라는 것이 유일하게 장점인 숙소였다. 장기 투숙이었고 그리 비싸지는 않은 돈을 일시에 지불했다. 다 낡아빠진 외출용 누비아를 목에 두르고 맨발을 꿈지럭대던 앞니 없는 노파는 꼭 그 거리의 메타포처럼 끝이 검게 때 탄 뜨게를 쥐고 있었다. 건장한 사내를 어깨에 멘 청년에 그녀는 놀라울 만치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글 홀든은 자신들에게 신경을 끌 것을 그녀에게 당부했으나 마치 어쩔 수 없다는 듯 호스텔의 청소부는 홀든이 방을 비울 시간이면 문을 열고 들어와 탁자 위에 놓인 메모지를 바로하고 침대의 시트를 정리하고 타일 위 고인 물들을 멀끔히 닦아놓고 제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가 알아보려 하지도 않은 채 문을 다시 잠그고 그들의 인생에서 꺼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턴가는 들어오지조차 않게 되었다. 시트가 체액에 절기 시작한지 3일도 되지 않아서의 일이었다. 유쾌한 일이었다. 다이무스 홀든의 눈치를 더는 보지 않아도 괜찮아졌으므로 이글 홀든은 더욱 질펀히 뒹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배려가 필요한 개인적인 취향적 기호는 어쩔 수 없는 일이어서(다이무스 홀든은 매 번 눈을 뜰 적이면 헛구역질을 해댔다. 진동하는 정액 냄새는 제법 지취에 가까웠음에도 불구하고, 이글 홀든은 '안타깝게도' 사디스트가 아니다.) 이글 홀든은 다이무스 홀든을 티파티에 끌려간 소녀의 곰인형처럼 소파에 가만 손을 무릎 위 모아 앉혀두었고 고개가 풀썩 오른쪽으로 대 꺾인 해바라기처럼 무너지면 작은 쿠션을 괴 바로해준 뒤 시큼한 냄새가 지독한 시트를 욱여 세탁실에 내놓았다.


  밤이 되면 건넛방의 수도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으나 다이무스 홀든은 깨어나지 않았다. 이글 홀든은 애초 잠들지 못했다. 결국 타협점으로 그들은 낮에 침대를 공유했다. 팔꿈치 안엔 주삿바늘로 말미암은 붉은 점이 질병같았고 딱딱하게 굳어진 여린 살에 반대편 팔꿈치 안에 새로운 주삿바늘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미간을 찌푸리던 그도 어느 순간엔가 말을 않게 되어갔다. 통각은 없었지만 쾌감도 없었다.


  적당하게 충혈된 눈은 세상을 담기에 용이했다. 그의 흰자위에는 장미가 피었다.

  "다이무스."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다이무스 홀든은 눈동자를 굴려 이글 홀든을 응시했다. 호명에 답하기 위해서가 아닌, 마치 귓가에서 우는 새의 정체를 알기 위해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린 것 같았다. 그 증거로 다이무스 홀든은 비의식적이었다.

  "하고 싶은 말은 없어?"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다이무스 홀든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지친 눈꺼풀을 닫았다. 다음 날, 다이무스 홀든은 눈을 떴고 끔벅였고 손을 들어 자신의 입 안을 굴러다니는 텁텁한 물체를 잡아 꺼내려 했으나 그에겐 팔이 없었고 손이 없었고 손가락이 없었고 마침내 포기하듯 그것을 뱉어내려 한 순간 자신에게 혓바닥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무척이나 비현실적인 감각이었다.

'Cyphe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글다무. 생일  (0) 2014.10.12
마틴다무. 미카엘.  (0) 2014.09.07
이글다무. 수조.  (0) 2014.08.22
이글다무. 죽어라. 미완.  (0) 2014.08.17
이글다무. 자살. 미완.  (0) 2014.08.13

작업용.






'ChitCha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로그 옮깁니다  (1) 2015.04.07
메리 크리스마스 앤 해피 뉴 이어  (13) 2014.12.28
트이타  (1) 2014.12.16
LExTOxGUN  (0) 2014.08.07

다무다무. 오구 님.


오구 님께 다무다무[각주:1] 그림 받고 심장 토하면서 죽을 뻔했능디…… 우리 오구 님은 이 토박 마음을 아실까? 오구 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진짜 허벌나게 섹시하다. 속눈썹 뽁뽁 뽑아주고 싶을 정도로 섹시하다… 오구 님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1. http://toybox.tistory.com/57 [본문으로]

'My Deares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벨저다무. 송편 님.  (0) 2014.08.08
제피다무. 송편 님.  (0) 2014.08.08
피터다무. 믹향 님.  (0) 2014.08.08
냥다무. 새우 님.  (0) 2014.08.06
화보. 워터 님.  (0) 2014.08.05

이글다무. 수조.

  뿌리에 굳은 살이 박힌 젖은 손가락이 하염없이 수조의 테두리를 맴돌았다. 한 번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묻어나오는 녹가루를 바지에 비벼 닦는다. 퀴퀴한 이끼 썩는 냄새가 비강을 파고들었다. 방을 그득 메운 악취에 익숙해진지는 제법 적당한 시간이 지났다. 수면의 위를 덮은 부연 막 위로 피어나는 곰팡이가 퍽도 보드랍게 부유한다. 초점 없는 동공이 질식하듯 안방 속 들떠 팽창해 있다. 이글 홀든은 나태히 배를 드러낸 몸을 뒤집어 엎드려 수조의 투명한 유리에 뺨을 갖다댔다. 부글부글 물이 끓고 숨방울이 피어오르는 소리가 여즉 들려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럴 리가 만무했음에도 허우적대는 몸부림과 원망스러운 눈빛에서부터 흐르던 시큼털털한 감정이 혓바닥 아래 괸 것 같기도 했다. 턱을 괸 채 얇은 유리 너머의 세계를 그는 만족스럽게 감상한다.

  혼탁하게 흐려져버린 폐수를 갈지 않게 된지 며칠이 지났는가는 떠올릴 수 없었다. 다이무스 홀든의 마지막 숨은 퍽도 일렀다. 비늘처럼 저며둔 살갗이 기종처럼 부풀어 오르는 순간을 이글 홀든은 기껍게도 함께했다. 고작 몇 분이었다. 처음 하루 이틀은 하늘대며 부유하는 것에 흥미가 일어 물을 갈아주었으나 이후로는 그저 수조의 곁에서 시간을 보내며 흐르는 시간을 가늠했다. 어느 순간엔가부터는 녹아내린 살점이 썩은 물과 뒤섞여 손을 댈 수 없는 지경이 되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아무리 물을 갈아주어도 신체의 내부서부터 진행되는 부패를 막기란 불가능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장기를 꺼내 솜 따위를 채워넣어 박제따위를 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잠시 했던 것도 같다. 확실하진 못했다. 이글 홀든의 시간은 현재형이었고 다이무스 홀든이 곁에 있는 지금도 놀라울 정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이글 홀든은 금세 싫증을 느꼈고 다이무스 홀든의 익사체는 아직까지는 가장 다이무스 홀든이다. 그와 숨을 함께하던 금붕어들의 시체가 허옇게 배를 까뒤집어 뜬다. 혈육을 닮아간다.

  이글 홀든은 대부분의 시간을 다이무스와 함께 보냈다. 귀여워했고 미워했고 가끔은 증오하다 마지막엔 사랑했다. 팔다리가 묶인 채 저항않던 그는 제 살점이 포 떠진 때에도 신음 한 점 내뱉지 않았다. 뺨에 닿는 체념의 시선에 전율이 일었다. 포기했어?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으나 그렇다고 듣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틀어막힌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신음과 붉은 고통으로 질려가는 두 눈이 꼭 값비싼 예술품 같았다. 가치를 제대로 알고 싶지 않았던, 언젠가의 저택의 복도에서 스산하게도 자신의 어린 시절을 맞이해준 그런 유의 사치품.

  채 떨어져 나가지 못한 살점들이 모양 좋은 근육 위 비늘처럼 일어났다. 이글 홀든의 손가락이 하나하나 그러한 피부를 들춰내고 하비어내 기어이 찢어낸다. 진피인지 근육인지를 건드린 탓인지 끊임없이 피가 흘렀다. 목을 베고 배를 가르는 것과는 흥미롭게도 달랐다. 벌어진 살점 새로 맺히기 시작한 핏방울은 어느 순간엔가 고인 뒤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흘러내렸다. 다이무스 홀든의 손가락 새를, 가슴팍을 타고 한 줄기씩 길을 내며 빗물처럼 떨어진다. 상당했다는 말로는 부족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글은 그런 것들에 관심이 없었다. 흉이 진다면 그것 나름 괜찮았고 죽는다면 그것 나름 황홀했다. 피로 세신한 것처럼 시뻘겋게 물든 나신은 기실 어떠한 상처를 입었는지조차 분간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다이무스 홀든은 자주 기절했다. 이글 홀든은 고문에는 요령이 없었다. 물론 그는 다이무스 홀든을 고문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그 행위가 ‘일반적으로는’ 고문으로 쓰인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탓에 첨언한다.

  젖은 수건이 몸에 닿는 순간 다이무스는 정신을 놓은 채 한 번 거세게 튀어올랐다. 이글 홀든은 그가 정신을 차리기를 기다렸으나 그 이후로 움직임은 없었다. 뒈져버린 것인지도 몰랐다. 비늘처럼 일어난 피부의 결을 따라 핏물을 닦아냈음에도 스멀스멀 다시금 맺히기 시작하는 핏방울이 고왔다. 되려 핏물에 절어버린 것은 이글 홀든의 손이었다. 그는 젖은 손가락을 세워 다이무스의 코 아래에 댔다. 희미하게 시린 숨결이 느껴졌다.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한 이후로 그는 더욱 거침이 없어졌다. 제 혈육과 그 약혼녀가 기거했을 방의 한 구석에 늘어진 누비아가 이젠 다이무스 홀든의 손목을 죄고 발목을 죈다. 그 즈음, 다이무스 홀든은 눈을 끔적였다. 한눈에도 지쳐 있는 기색이 역력해 이글 홀든은 혀를 찼다. 전장에서의 그였다면 지독하게 선정적인 그 시선을 여즉 제게 쏘아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 고고한 자존심에 먼저 끈을 놓는 것이 그일 수는 없었다. 불구하고 다이무스 홀든은 더는 저항하지 않는다. 폭력의 산물이라기엔 어색하리만치 모든 것이 하느적대며 흘러갔다. 다이무스 홀든은 이글 홀든에게 기대하는 일 없었다. 당연스러운 실망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점에 언제고 토악질이 나올만치 배알이 뒤틀려왔다. 결코 가늘지 않은 손가락이 유두를 짓이기자 다이무스의 손가락이 꿈직댄다.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이글 홀든에겐 충분했다.




원본. 난 지금 아무 생각이 없다.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말만 잔뜩 하고 적지는 못하겠다구 한다~!

'Cyphe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틴다무. 미카엘.  (0) 2014.09.07
이글다무. 조각글. 절취.  (0) 2014.08.31
이글다무. 죽어라. 미완.  (0) 2014.08.17
이글다무. 자살. 미완.  (0) 2014.08.13
이글다무. 샹들리에.  (1) 2014.08.08

이글다무. 죽어라. 미완.

  임무는 쉴 새없이 이어졌다. 헬리오스의 블레이드, 즉 홀든의 다이무스는 매일같이 제 검을 들었고 기계적으로 무감히도 살점을 떨쳐내며 귀환했다. 일루전으로부터 끊임없이 생산되는 타인의 얼굴을 한 기계 병사들과 낯익은 이들의 클론은 더는 그에게 감흥을 주지 못했다. 심지어 그 스스로의 클론조차 그러했다. 처음의 몇 달 간 그는 자신의 얼굴을 한 그것들의 배를 갈라내야만 했다. 그리고 작전 '일곱 개의 변주곡'이 실행된 후에는 생포를 위해 '그것들'이 죽지 않도록, 그러나 결코 일어나 그와 그의 동료들을 위협할 수 없도록 다리를 베어내야만 했다. 내장 기관들을 잘게 저며놓는다 한들 몸을 일으켜 검을 쥐고 휘두를 수 있는 신체가 남아 있다면 통각이 거세된 클론들은 다시금 일어나 자신의 모체를 위협했다.  지옥의 불사자不死者라도 된 양, 죽음을 거절하듯 폭력적인 연명이었다.

  다이무스 홀든은 자신의 태도를 들고 전장에 나서지 않게 되었다. 그는 점차적으로 망쇄하는 인형들에 익숙해져만 갔다.  클론들의 신체적 특징은 흉터를 제하곤 완벽히 그와 일치했으나 검만은 아니었다. 태도의 날은 자주 무뎌졌고 그는 죽어버린 클론의 품에서 앗은 양산검을 자신의 태도를 대신해 뽑아들어 전투를 이어나갔다. 이처럼 규칙 없는 전장에서 검이란 소모품이다. 그러나 영영 버린 것은 아니었다. 그의 검은 언제나 그 날의 첫 번째 전투 이후 회수되었다. 결론적으로 그는 검날의 살점을 닦아내며 하루를 마감해야만 했다. 비린 녹은 그 수명에 있어 치명적이었기에. 다이무스 홀든은 회사에서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아졌고 자신의 아우의 행적을 귀동냥만으로 접할 수 있었다. 그의 아우 이글 홀든은 그런 그와는 가장 먼 전장에서 하루를 보냈다. 지하 연합 측 배당된 게이트 중에서도 이글 홀든이 전투를 치르는 게이트에 대해선 많은 이들이 그에게 말을 삼갔다. 다이무스 홀든은 굳이 이글 홀든에게 이에 관련된 것들을 묻지 않았다. 그들은 같은 저택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면서도 서로에게 말이 없었다. 다이무스 홀든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탓에, 이글 홀든은 단순히 대화가 귀찮다는 연유였다. 그리고 다이무스 홀든은 제법 오랜 시간이 흐르고서야 제게 그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게 되었는가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다이무스 홀든은 펜을 든 손을 내린다. 문득 칼칼하게 타는 목에 몸을 일으켜 거실로 향한다. 그는 얇은 문짝 너머 선문답을 흘려 듣는다. 안 피곤해? 장난스러운 물음. 죽어라. 대답. 그래. 죽어라. 다이무스, 배 안 고파? 죽어라. 내가 미워? 죽어라, 죽어라, 죽어라…… 쉬어빠진 목소리가 척수를 통한 반사작용처럼 기계적인 문장을 끊임없이 내뱉었다. 문득 칼칼하게 타는 목에 다이무스 홀든은 몸을 일으켜 거실로 향한다. 이글 홀든의 옹송그린 등과 텔레비전의 밝은 불빛에 음영이 진 얼굴을 응시하다 끓어오르는 듯한 앓는 소리를 듣는다. 다이무스 홀든의 시선은 '그것'을 향한다. 안구는 무기질적이었으나 최소한의 생명 활동을 주장하듯 희미한 윤기가 돌았고 고장이 난 양 수어 번을 삭아앉은 지붕 같은 눈꺼풀 속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밭은 숨을 뱉으며 이미 상실한 검자루를 찾아 손가락의 관절만을 꿈질대며 그것은 점차적으로 풍경의 일부가 되어갔다. 다이무스 홀든은 한숨을 내쉬었고 이글 홀든은 천천히 다이무스 홀든을 돌아보았다. 그게 다였다. 이글 홀든은 다이무스 홀든의 클론을 끌고 그들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일루전으로부터 온 클론임에 틀림없었다. 다이무스 홀든은 어째서 그 클론이 지하연합으로, 혹은 그랑플람 측으로 회수되지 않았는가 의문을 품었다.

  "저것을 다이무스라 부르는 것은 그만 두도록 해라, 이글."

  시시때때로 다이무스 홀든은 혐오감에 휩싸였으나 제게 저것을 죽일 이유가 썩 있지도 못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글 홀든이 그것에 흥미를 여즉 잃지 않았음 또한 명정했다. 그것은 다이무스 홀든에 적대적이지도 않았으며 이글에게 실질적인 위협 또한 되지 못했다. 그 증거로, 홀든은 그것을 연명시키고 있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실패작이다, 저것은.




더 못 적을 것 같아서… 적을 수 있음 다 끝내구 싶은데 이거 한 오 분의 일도 못 적은 것 같다…

'Cyphe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글다무. 조각글. 절취.  (0) 2014.08.31
이글다무. 수조.  (0) 2014.08.22
이글다무. 자살. 미완.  (0) 2014.08.13
이글다무. 샹들리에.  (1) 2014.08.08
이글다무. 첫 번째 형.  (0) 2014.08.08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내용을 보시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본계에 푼 거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정도로 뜨거운 날 검은 턱시도에 맨발인 다이무스가 포장된 도로 위에 장우산 들고 서 있는 게 보고 싶다. 우산 그늘 아래 얼굴엔 표정이 없었으면 좋겠다. 길바닥마저 녹아가는데 화상을 입은 발바닥엔 물집이 터져서 축축했으면 좋겠다.


  다이무스 홀든의 손끝에 작은 싹이 텄다. 신기하네. 드렉슬러는 그렇게 말하며 푸르스름한 이파리가 돋아난 다이무스의 왼손 검지를 거머쥐어 제 얼굴 앞으로 가져다 댔다. 신기하다. 그는 다시 한 번 말했다. 다이무스 홀든은 그런 그의 손을 뿌리친다. 식물이 되어가는 다이무스가 보고 싶다… 그냥 봤을 땐 귀엽고 앙증스러운 풀이었는데 뽑아내면 살갗에 구멍이 뚫리면서 뿌리가 함께 뽑혀져 나오고 그곳에서 피가 흐르면 좋겠다… 다이무스가 발견하는 족족 뽑아버려서 왼손 손가락 끝마디가 핏빛이면 좋겠다. 그거랑 손 감추려고 장갑 끼는 다이무스… 나중에는 막 꽃을 토하고 피부 아래로 녹빛이 도는 줄기가 보이는 것 같고 그랬으면 좋겠다…


  다이무스가 보는 세상이랑 이글이 보는 세상이 완전 달랐으면 좋겠다. 같은 세계에 살고 있는데 마치 다른 레이어 위를 걷고 있어서 다이무스가 바라보는 일그러진 표정의 사람들이 이글의 눈엔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든가. 기왕이면 뇌 손상 와주세요… 다이무스가 점점 자신이 보는 세상을 믿지 못하게 되는 게 보고 싶다. 이글이 장난으로 농을 치듯 난 벨저인데? 라고 말했더니 다이무스가 굳어졌으면 좋겠다. 이글이 무마하듯 장난이라고 말했지만 다이무스는 점점 심각성을 깨단해 가구…


  난 글 적을 때마다 이글이나 벨저가 다이무스를 '형'이라고 부르는 걸 적는 게 너무 거슬린다… (ㅠ-ㅠ ) 사실 분명 '다이무스'라구 부를텐데… 적으면서도 그걸 아는데 계속 형이라고 부르다가 다이무스 홀든이라는 이름을 불렀을 때의 임팩트가 꼴릿한 걸…


  다이무스가 쌔액쌔액거리면서 자기 목을 더듬더듬하다 천천히 질려가며 양 손으로 제 목을 죄듯이 움켜쥐는 게 적고 싶었는데(주르륵)

'Thread'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본계2  (1) 2014.12.08
본계  (6) 2014.12.02

이글다무. 샹들리에.

  암흑이 그들을 급습하기 이전부터 울리던 비명은 어느 순간엔가 침묵으로 화했다. 무엇인가가 깨지는 소리와는 별개로 마치 각광이 돌연한 사고로 파쇄되고 면막이 머리를 내려친듯한 암전이 찾아왔다. 군중은 벙어리가 되었고 연옥이 되었고 이내 산 지옥이 되었다. 묵직한 소음이 머릿속을 채운다. 이글 홀든은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뜨끈한 액체에 말을 아꼈다. 어디선가 괴괴한 외침을 삼키는 히끅임이 들려오고 불을 찾는 소란이 일었다. 엉덩방아를 찧은 하반신이 어딘가 뒤틀린 양 아려온다. 깨진 유리로부터 비산한 파편이 찢어놓은 눈꺼풀에 눈을 뜰 수 없었다. 이글 홀든은 손가락을 더듬었다. 그는 손을 놓지 않았다. 객석의 아래서 지분대던 연인의 손가락을 여전히 그의 손에 깍지를 낀 채 단단히 움켜쥔 채다. 희미하게 어둠 속에서 오가는 인영들이 보였으나 눈을 한 번 끔적이자 이내 어둠 저편으로 사라지고 만다. 그는 이 어둠에 익숙해지기를 포기한다. 다이무스. 속살거리는 목소리는 아비규환 속 유일한 설움처럼 느껴졌다. 그는 다이무스 홀든을 바라보지 않은 채 샹들리에가 달려 있었던 검은 천장을 응시했다. 그의 침묵하는 눈 위로 뚝뚝 떨어지는 것이 과연 핏물인지, 뚫린 천장으로부터 떨어지는 빗물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이글 홀든은 그의 머리 위로 빛이 쏟아지던 순간을 기억한다. 금박된 샹들리에의 지지대 첨단이 다이무스 홀든의 안방을 짓뭉개고 촛대를 쑤셔넣던 그 곱던 순간. 다이무스 홀든은 이글 홀든을 밖으로 밀쳐냈고 이글 홀든은 다이무스 홀든을 안으로 밀쳐냈다. 장식에 불과했던 수정들이 그의 머리 위 으깨져 유리꽃처럼 여즉 꺼지지 못한 촛불들의 일렁임에 빛났다. 채 1초가 되지 못하는 짧은 순간이었다. 이글 홀든은 다이무스 홀든의 싸구려 회백질로 덧바른 듯한 시선을 마주했다. 이글. 그리고 그의 입모양을 읽은 뒤 더없이 유쾌한 기분이 되어

  웃었다. 다이무스의 동공이 경악으로 잔물지고 형체 없이 어그러지기까지는 들숨 한 번이었다. 다이무스 홀든이 무너졌다. 그가 땅으로 꺼졌고 빛이 사라졌고 비명이 들려왔고 이글 홀든의, 조금 더 그 광경을 붙잡기 위해 감지 않았던 눈 속으로 유리 조각은, 아, 씨발, 이건 정말 환장하게…… 좋았다. 이글 홀든은 자신의 눈을 움켜쥐었던, 다이무스 홀든의 손을 억척스럽게 쥔 손의 반대편 손을 떼어내 허공에 털었다. 겉만이 바삭하게 말라붙은 핏방울은 마치 덜 굳어진 풀처럼 속을 토해내며 허공이 흩날렸다. 이글 홀든은 눈을 질끈 감았다 뜨기를 반복한다. 여전히 홀은 어둠 속이고 보이는 것은 없고 그의 오른 눈은 씨발스럽게 저며온다. 그는 다이무스 홀든을 밀어내는 것에 있어 망설임이 없었다. 그리고 부가적인 행운으로, 다이무스 홀든의 유언이 자신의 이름이라는 사실에 그는 발기했다. 텁텁하게 말라붙은 목구멍으로 웃음이 비져나오고 어둠 속에서 피가 묻은 손으로 그는 깍지 낀 다이무스 홀든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풀어낸다. 그리고 흉흉한 아래춤을 다이무스 홀든의 둥글게 경직으로 굳어진 손에 끼워 요분질시킨다. 그 억센 팔을 타고 흐르는 빗물인지 핏물인지를 윤활제 삼아, 퍽도 매끄럽게. 두어 번의 분탕질만으로 그는 사출했다. 달뜬 숨이 돌아가버린 눈 밑으로 스미어 나오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그는 끈적한 액체가 엉겨 붙은 다이무스 홀든의 팔을 대리석 바닥 위로 떨군 뒤 바지춤을 정돈한다. 이글 홀든은 다이무스 홀든의 널부러진 손바닥을 아래로 뒤집어 준 뒤, 고개를 치켜든다.

  이 일련의 황음이 한 편의 연극처럼 흐르고서야 저 멀리서 다가오기 시작한 희미한 불빛은 차라리 죽어버린 그에 대한 기만에 가까웠다. 이글 홀든은 램프에 의지한 붉은 눈동자들이 저를 향하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를 책망해야하는 다이무스 홀든에게는 이제 눈이 없다. 허브리스는 언제나 이 사랑스러운 주인공을 벼랑으로 떠민다. 그는 쾌락에 비틀린 입술을 애써 아래로 꺾어 앙문다. 괜찮으십니까? 촛농에 눈을 데인 여자는 잔물잔물한 눈가를 화급히 가리며 램프를 향해 비명을 지른다. 치워요! 치워! 당장 치워요! 그 불을 치워요! 램프! 램프를 줘! 정돈되지 않은 고함소리가 무너진 방죽을 넘어 쏟아지는 썩은 물 같았다. 램프를 든 유일한 사내가 램프를 든 손을 치켜들어 조금 더 넓은 곳에 빛이 닿도록 했다. 사람이 더 올 겁니다. 박스석의 조명을 켤 거라고…… 그는 말했고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 연인들, 부부와 아이들은 안도했고 방사형으로 뻗어나온 샹들리에 아래의 팔다리들을 확인한 이들이 절규했다. 그리고 이내 막을 재차 걷어올리듯 박스석의 칸마다 하나하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글 홀든은 잠시간의 고민 뒤 절규하기로 했으나…… 그건 그리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 되었다.

  이글 홀든은 그 누런 불빛에 의지에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았다. 쓸려나간 자욱이 선명한, 피에 젖은 손바닥과 시선을 조금 내린 곳에 자리한 다이무스 홀든의 팔은 어느 순간엔가 흔해빠진 장면이 되어 있었다. 마지막 연인은 죽음마저도 그를 멋질리게 만드는 낭만이 있었다. 참, 그는 말을 아낀 것이 아니다. 그저 필요하지 않았던 것 뿐이지. 다이무스 홀든이 그토록 아름다웠고, 그의 죽음은 차라리 이글 홀든을 위한 완벽한 레제 드라마에 가까웠다.




원본. 다이무스 샹들리에에 처맞아 죽는 글……

'Cyphe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글다무. 죽어라. 미완.  (0) 2014.08.17
이글다무. 자살. 미완.  (0) 2014.08.13
이글다무. 첫 번째 형.  (0) 2014.08.08
바레다무. 잔류. 조각글.  (0) 2014.08.05
드렉다무. 너의 꿈. 창문 너머.  (1) 2014.08.02

이글다무. 첫 번째 형.

  다이무스 홀든은 어째서 자신이 죽어야만 하는가 알지 못한 채 살해당하는 과정에 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죽음은 불필요했기에. 그리고 이글 홀든은 맹목적인 상냥함 아래서 다이무스 홀든을 살해하는 과정에 있다. 바닥에 널부러진 팔을 주워드는 손길이 여상하다. 손등에 마찰하는 식어빠진 뺨은 무감이 피어올라 백합처럼 지독하게 개화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아, 죽이고 싶다.' 파괴적인 욕구나 원초적인 성애와는 동떨어진 조금 더 생존에 가까운 중얼거림이었다. 네가 나를 내친 것에 미워서도 증오스러워서도 아니었어. 아마 다이무스 홀든이 조금 더 이성적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그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을런지도 몰랐다. 그는 이 모든 일이 보복성이라 생각치 않았다. 이글 홀든은 마저 희게 웃는다. 그냥, 불현듯 허기가 지는 것처럼. 그는 다이무스 홀든의 저 굳어진 표정 아래 어떠한 감정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다이무스 너도 내가 이런 소란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잖아. 뭐…… 멋쩍은 듯 눈가를 살금 찌푸리며 이글 홀든이 한숨처럼 내뱉는다. 어찌 되었든 할 거지만.

  "형은 키스 한 번과 고백 한 번이면 될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이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음, 이건 다시 못 붙이겠다. 끌하고 혀를 찬 뒤 잘 손질된 정육 같은 팔을 바닥 위로 내던진다. 묵직한 소리. 다이무스 홀든은 바르작대며 자신의 오른팔을 줍기 위에 오른손을 뻗는다. 관념적인 몸짓이다. 이글 홀든은 자신이 즐거운가를 고민한다. 유쾌한 기분은 아니 되었으나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는 몸을 숙여 다이무스 홀든의 바닥을 향한 왼손바닥을 쥔다. 천천히 관절 마디마디를 아프지 않게 주물대며 주머니에 줄곧 잠들어 있던 반지를 꺼냈다. 별다른 장식이 없는 간단한 모양새의 반지였으나 그만큼 다이무스 홀든에 어울릴 수는 없었다. 왼손 약지를 관통하는 시린 감촉에 다이무스 홀든은 말을 잃고 만다. 시멘트 바닥에 처박힌 고개가 간신히 이글 홀든이 있는 방향으로 돌아간다. 이글 홀든은 그 시선 속에서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증오와 충격을 읽는다.

  "정말 이렇게 될 걸 몰랐어?"

  잘게 웃었으나 동시에 말한다. 이건 네가 자초한 거야.

  보랏빛으로 질려가는, 바닥 위를 구르는 다이무스 홀든의 잘린 오른팔을 주워 든다. 그는 그것을 다이무스 홀든의 왼손에 쥐여 준다.




원본.

'Cyphe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글다무. 자살. 미완.  (0) 2014.08.13
이글다무. 샹들리에.  (1) 2014.08.08
바레다무. 잔류. 조각글.  (0) 2014.08.05
드렉다무. 너의 꿈. 창문 너머.  (1) 2014.08.02
다무다무. 앙크르.  (3) 2014.08.01

벨저다무. 송편 님.

송편 님과 다이무스에게 물 주는 벨저로 연성 트레이드[각주:1]! 이때 귀엽게 그려주신 것두 있었는데 갤러리를 청소하셔서 제가 못 찾겠다고 한다(주륵)




  1. http://toybox.tistory.com/33 [본문으로]

'My Deares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무다무. 오구 님.  (0) 2014.08.23
제피다무. 송편 님.  (0) 2014.08.08
피터다무. 믹향 님.  (0) 2014.08.08
냥다무. 새우 님.  (0) 2014.08.06
화보. 워터 님.  (0) 2014.08.05

제피다무. 송편 님.


제피다무…… 제 마음의 고향…… 억지 같은 저의 징징거림에도 연성을 해주신 상냥한 송편 님…… 송편 님이 제피다무 제일 많이 그려주셨던 거 알고 계시는가 모르겠다구 한다…… 송편 님 마지 텐시……

'My Deares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무다무. 오구 님.  (0) 2014.08.23
벨저다무. 송편 님.  (0) 2014.08.08
피터다무. 믹향 님.  (0) 2014.08.08
냥다무. 새우 님.  (0) 2014.08.06
화보. 워터 님.  (0) 2014.08.05

피터다무. 믹향 님.

향 언니가 티스토리 보다가 마음에 드는 썰이 있어서 그려왔다고 했는데 나는 그대로 죽어버렸다고 한다……(울먹) 다이무스 화장하고 남은 뼛가루 먹는 피터, 두개골의 안방에 꽃이 핀 다이무스. 오늘은 짱짱 행복한 하루다!(성불) 정말 감사합니다, 엉엉엉.

'My Deares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벨저다무. 송편 님.  (0) 2014.08.08
제피다무. 송편 님.  (0) 2014.08.08
냥다무. 새우 님.  (0) 2014.08.06
화보. 워터 님.  (0) 2014.08.05
제피다무. 믹향 님.  (0) 2014.08.05

LExTOxGUN

백업은 생각나면 하겠지만 고어나 심한 앵스트 관련 글들은 이제 요기보다는 다른 블로그에 먼저 올라와요~! ㅇ0ㅇ 블로그 링크 젤 위에 있다눙!

'ChitCha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로그 옮깁니다  (1) 2015.04.07
메리 크리스마스 앤 해피 뉴 이어  (13) 2014.12.28
트이타  (1) 2014.12.16
작업용.  (2) 2014.08.23

냥다무. 새우 님.


50번 달성표 15번 새우 님 중간 보상! 말씀드린 것두 야밤이었고 사실 이전에 쓰던 고양이 트위터 프로필 사진이 참 취향이었던지라 프로필 사진을 바꿀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무사히 예전 프로필 사진과 이혼했습니다(눈물콧물) 냥다무 너무 좋아 사랑해, 다이무스

'My Deares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피다무. 송편 님.  (0) 2014.08.08
피터다무. 믹향 님.  (0) 2014.08.08
화보. 워터 님.  (0) 2014.08.05
제피다무. 믹향 님.  (0) 2014.08.05
이글다무. 레가 님.  (0) 2014.08.05

바레다무. 잔류. 조각글.

  묻어줘. 그의 말은 이해하기엔 너무도 멀었고 졸렬한 변명과 함게 다이무스 홀든의 뇌리를 스쳐 그의 망막 아래 떨어졌다. 옥다문 입술을 두드리던 혓바닥이 차게 식고 뺨을 쥐는 손가락이 굳어졌다. 그의 시선이 닿을 수 없는 곳이었다. 언제나 흔적없이 사라지는 눈처럼 아침이 그들의 품속에서 기미없이 암암했다. 노란 꽃물결이 죽어 밀려온다. 다이무스 홀든은 이끼가 낀 비석에 머리를 뉘인다. 음각된 이름자에 괸 물기가 그의 뿌리 속으로 검게 파고든다. 머릿속으로, 그의 눈동자 속으로 침투한다. 그는 돌린 뺨에 닿아오는 화분의 온도를 알지 못했다. 매일 아침 들이키던 반 잔의 물, 이름모를 새들새들한 풀쪼가리의 흙이 축축하게 젖어들도록 들이붓던 반 잔의 물, 히카르도 바레타의 손, 자신의 어깨, 목덜미, 입술. 히카르도 바레타의 단언처럼, 다이무스 홀든은 확실히 그 만큼이나 원예에 소질이 없는 사람이다. 불구하고 내동댕이 친 화분을 외면하지 못하는 것 또한 발목 잘린 감정의 일부다. 그는 바레타의 감정을 강물이 불어나듯한 사랑땜으로 여겼다. 히카르도 바레타는 정정하지 않았고 오해는 이끼처럼, 곰팡이처럼 다이무스 홀든의 머릿속을 뒤덮었다. 몸을 일으킨다. 흩어진 검은 흙더미를 그러모아 구둣굽으로 파낸 옅은 구덩이에 뿌리 상한 잡초를 욱여 넣는다. 부둑부둑 아스라진 회상의 살점에선 낡은 박종이의 냄새가 났다. 흰 머그에 반절 담긴 물이 조록 떨어진다. 다음 날도 다음 달도 다음 해도 볼된 걸음을 계속하며 비석에는 이끼가 낀다. 다이무스 홀든은 무젖어 울었다. 습벽으로 굳어진 일상에 이미 푸새는 죽어 있다. 바레타의 이름은 푸르게 젖는다. 여전히 깨어진 화분도 배를 드러낸 채, 그 품 아래, 등걸잠에 죽어 있다.




조각글. 캐스커의 편지 들으며 믹향 님 썰[각주:1]로!




  1. http://mikhyangnim.tistory.com/entry/140804 [본문으로]

'Cyphe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글다무. 샹들리에.  (1) 2014.08.08
이글다무. 첫 번째 형.  (0) 2014.08.08
드렉다무. 너의 꿈. 창문 너머.  (1) 2014.08.02
다무다무. 앙크르.  (3) 2014.08.01
이글다무. 스미기를 바랐다.  (0) 2014.07.29

화보. 워터 님.


  ASK.FM에서 문제 맞춰서 워터 님(@Water_Q)이 그려주셨다(지죤 흥분) 어젯밤에 문제 정답을 맞춘 나 새끼는 어서 나간 뒤 워렐루야를 복창하고 그림을 껴안고 뛰어내려 마땅하다. 티스토리에서 썰[각주:1] 보고 그려주셨다고 하셨는데 앞으로도 썰은 꼭꼭 백업하도록 하겠습니다(눈물샤워)



  1. http://toybox.tistory.com/54 [본문으로]

'My Deares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피다무. 송편 님.  (0) 2014.08.08
피터다무. 믹향 님.  (0) 2014.08.08
냥다무. 새우 님.  (0) 2014.08.06
제피다무. 믹향 님.  (0) 2014.08.05
이글다무. 레가 님.  (0) 2014.08.05

제피다무. 믹향 님.



  믹향 님(@mik_hyang)과 연성 트레이드! 제피다무 그려달라구 했더니 진짜로 그려주셨어(울먹) 당신은 감동이에요(울먹)

'My Deares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피다무. 송편 님.  (0) 2014.08.08
피터다무. 믹향 님.  (0) 2014.08.08
냥다무. 새우 님.  (0) 2014.08.06
화보. 워터 님.  (0) 2014.08.05
이글다무. 레가 님.  (0) 2014.08.05

이글다무. 레가 님.


  레가 님(@fprk12)과 연성 트레이드[각주:1]. 되로 주고 말로 받아 발기찬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탁탁탁)



  1. http://toybox.tistory.com/46 [본문으로]

'My Deares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피다무. 송편 님.  (0) 2014.08.08
피터다무. 믹향 님.  (0) 2014.08.08
냥다무. 새우 님.  (0) 2014.08.06
화보. 워터 님.  (0) 2014.08.05
제피다무. 믹향 님.  (0) 2014.08.05

드렉다무. 너의 꿈. 창문 너머.

#

  흐린 날이다. 굽굽하게 시린 공기가 창밖을 돌고 비가 올 바람이 분다. 마치 물 속에서 숨을 들이쉬는 것처럼 고로록대며 공깃방울이 목구멍으로 금방이라도 빠져나올 것만 같다. 유난하게 무거운 정장 겉옷을 벗어 옷걸이에 바로 걸며 동시에 목을 된 넥타이를 끌러 내린다. 쪼크라든 방향제가 역할만치 지겨운 라벤더 향을 토해낸다. 좁쌀만한 벌레들이 죽어 있는 반고체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주니가 일어 억눌린 숨을 내뱉는다. 그러니까, 달갑지 못한 겨울의 초입이다. 작년 겨울 즈음 옷장에 처박아둔 좀약이 여즉 효과를 보고 있을런지는 알 수 없다. 두터운 옷가지들을 하나둘 꺼내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으나 상자들을 풀어내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썩 유쾌한 일은 아니 된다. 손목을 단추를 풀어내고 셔츠를 벗고서야 깃에 묻은 잉크 자욱을 알아차린 홀든은 혀를 차며 옷걸이로 향하던 손을 거둔다. 클리닝을 맡겨야할 성 싶다. 냉장고에서 꺼낸 맥주 한 캔을 따며 버티컬을 걷어낸다. 부연 김이 부자연스럽게 서린 창문이 드러난다. 다이무스 홀든은 잠시간 고민하다, 그 위로 한 문장을 새끼손가락을 들어 적어내린다.


거기 있나Bist du das?


  그는 창문을 응시한다. 그토록 조심스레 숨을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매번 이 짓을 반복할 적이면 그는 제가 기어이 미쳐버린 것은 아닐까 잦게 고민한다. 그로선 일상에 납득될 수 없는 비상식 탓이다. 다이무스 홀든은 걷었던 버티컬을 반즈음 다시금 내린다. 그의 글씨는 금세 희미한 자욱을 남긴 채 희붐한 창에 스며 사라진다. 많은 의미를 찾아서는 안 되는 버릇이다. 냉장고의 맥주 캔을 꺼내 따며 다시 한 번 일별하나 달라진 것은 없다. 옷소매에 팔을 꿴다. 간밤의 꿈이었나. 그는 세뇌하듯 중얼거린다. 꿈Traum. 퍽 멀게만 느껴지는. 다이무스 홀든은 꿈을 꾸지 않는다. 적어도 그가 기억하는 한 그는 그러하다. 그는 조금 더 그 단어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침대의 프레임에 등을 기대 랩탑을 연다. 숫자들과 익숙한듯 낯선 이름들이 즐비한 화면이 희게 그의 얼굴을 비춘다.

  이런 일들은 대체적으로 시간을 죽이기에 적합하다. 공백이 껄쩍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다이무스 홀든에게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퍼센티지의 기입을 끝마친 뒤에도 타자 소리는 고막을 두드리는 듯 하다. 그는 고개를 젖혀 매트리스 위 정수리를 지그시 누른다. 그리고 침대의 오른편 자리한, 반쯤 올라간 버티컬의 루버 새로 시선을 향한다. 뒤집어진 시계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눈에 띄는 것이 있,

  다이무스 홀든은 몸을 일으킨다. 급작스러운 움직임에 카페트 위로 엎어져 떨어진 랩탑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그의 짚은 손등을 찍는다. 고통을 감각할 겨를도 없이 그는 버티컬을 걷는다. 그는 뒤집혀진 글자를 본다. 꿈. 이건 꿈속인가. 그는 당황한다. 그는 먼지 하나 끼지 않은 창틀에 손을 얹는다.


독일어German?


  뒤집힌 문장이 얘기한다. 아니지, 이 말은 어폐가 있다. '누군가'가 뒤집힌 문장을 적는다. 다이무스 홀든은 자신이 여전히 꿈을 꾸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는 문득 자신이 창틀이 아닌 유리 위 손을 짚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몸을 지탱한 손바닥을 떼어낸다. 지문 자욱 골 새로 우울한 습기가 차오른다.


너 거기에 있구나You ARE there. 너는You are,


  손날으로 쓸어 흔적을 지워낸다. 다이무스 홀든은 그 문장을 읽지 못한다. 다급하게 휘갈긴 글자는 불구하고 무척이나 오랜 세월을 넘어온 듯 한 줌마다 잔등같은 불안이 그득하다. 그는 반쯤 정신을 놓은 채 자꾸만 시선 속으로 파고드는 투명한 글자들을 아낌없이 머릿속에 눌러 담는다. 그러다 문득 축축한 감각에 아래를 응시하자 점차적으로 웅덩이를 넓혀가는 액체가 있다. 다이무스 홀든은 화급히 옆으로 기울어진 맥주 캔을 바로한다. 시큰한 알코올의 향이 시트 위로 스며든다. 그는 심호흡을 하는 듯 마는 듯 어정쩡한 한 숨을 들이킨 뒤 부엌으로 걸음을 옮겨 희게 빨린 행주를 집는다. 맥주에 입을 댄다. 김이 빠진.

  그는 다시 침대로 돌아온다. 창문은 마치 저 자신이 생명을 지닌 양 많은 것들을 토해냈다 주워담기를 반복한다. 멀뚱히 손에 축축한 천을 든 채 응시하자 다시 한 번 더, 글자가 사라진다. 유리에는 손자욱이 그득하다. 마치 어린 시절 마주했던 칠판처럼. 서툰 지우개질. 다시. 더는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아마도, 누군가는 창에 김이 차오르기를 기다린다. 20여 초가 남짓한 시간이다.

  길다. 자신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그 20초가 수어 번 흐르고서야 다이무스 홀든은 건너의 누군가가 헤매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다이무스 홀든의 검지 손가락은 두어 번 유리 위를 배회하나 선 하나 긋지 못한다. 그는 결국 손을 내린다. 무엇인가를 회피하듯 젖은 이불을 말아 카펫 위에 떨군다. 여즉 엎어져 있는 랩탑을 바로 해 닫고 충전기를 꽂아 넣는다. 끔벅이며 점멸하는 붉은 등은 할로겐 전구의 누런 빛을 받아 더욱 유난하다. 그리고 마침내 고개를 들자 누군가의 말이 그를 반긴다. 다이무스 홀든은 눈을 깜박인다.


  갓 전쟁이 끝났어The war just ended.


  전쟁─아프간인가. 자신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에 대해, 또한 그는 자신이 이 비상식에 점차적으로 복속되기 시작한다는 생각을 한다. 다이무스 홀든은 어떤 말을 적어야하는가 고민한다. 그 짧은 간극, 건너편의 누군가는 문장을 다시 씹어 삼킨다. 투명한 유리만이 남는다. 이곳은…… 비가 내리는 모양이다. 투둑대는 소리. 유리창 너머로 아스팔트 길이 보인다. 신호등이 푸른 색으로 바뀌고 행인들은 횡단보도를 건넌다. 아침 출근길 그는 제법 큰 사고가 있었던 것을 떠올린다. 검은 타이어의 마찰 자국이 인위적인 전선처럼 늘어진다. 김이 서린다. 현실이 사라진다.


너는 사라졌어You are gone.

내가Am I?

응, 네가Yes, you are.


  색채 없는, 투박하고 굵은 그 필기체를 응시하다 창에 손가락을 가져다댄다. 빗방울이 떨어져 다시 글자들을 지운다. 긴 팔을 껴입은 행인들은 그를 바라보고 있지 않다. 다이무스 홀든은 눈을 감는다. 빗소리가 들린다. 무겁고 가깝다. 다이무스 홀든은 자신이 적은 멍청한 문장을 지운다. 김이 서리는 속도는 조금 더 느릿하다. 그는 유리창에 입술을 가져다 댄다. 둥글게 오므려 더운 입김을 분다.


나는 여기 있다I AM here.

하지만 여긴 아니지But NOT here.


  지독한 두통이 인다. 창문을 짚은 손이 천천히 미끄러져 시린 창틀 위로 떨어진다. 다이무스는 문득 울먹이는 소리를 듣는다. 그는 유리 위 이마를 댄다. 금세 이마는 축축해진다. 다이무스 홀든은 천천히 몸을 떼어냈다. 마치 강제적으로 전개된 우주의 한가운데서 밭은 숨을 뱉어내는 기분이 된다. 그의 손가락에는 무게가 없다. 이마에서 뺨으로, 뺨에서 입술로 그는 미끄러진다. 심장은 비산할 듯, 흉곽을 흉포히 찢어발길 듯 박동을 빨리하고 핏줄이 돋은 손등은 한 겹 남은 시트를 움켜쥔다.

  다이무스 홀든은 발작적으로 버티컬을 끄집어 내린다. 세상이 사라진다.

  아니, 사라진 것은 창문이다. 창문은 결코 세상으로 확장될 수 없는 개념임에도 그는 그것을 망각한다. 다이무스 홀든은 눈을 감는다. 침대에 걸터 앉은 채 호흡을 고르다 발치에 치이는 이불 위로 발을 뻗어 짓이긴다. 고개를 젖혀 입술을 벌린 채 몇 번이고 날숨을 뱉는다. 뒤로 뻗은 팔이 자신이 목을 조를 것만 같은, 그런 있을 리 만무한 상상을 한다.

  이변이다.

  다이무스 홀든은 눈을 질끈 감았다 뜨기를 반복한다. 떨려오는 폐부를 만질 수 없음에도 배를 누른 채 천장을 올려다 본다. 무엇이 두려운가. 무엇을 슬퍼해야하는가.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오랫동안 앓을 기미다. 그는 타인의 글자를 보지 않기로 한다. 하지만 으레 그러하듯, 고질적이고 본질적인 충동처럼 그는 루버의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그 틈을 벌려낸다.


Me haces falta.


  아.

  사라지지 못한 문장과 함께 그의 입술 새로 장탄식이 역류하는 꽃처럼 흐른다. 그 울음도 보이지 않는 손길에 이내 물방울이 되어 사라진다. 빗방울은 창밖으로 흐른다. 한 방울 두 방울. 비는 이렇게 내리지 않는다는 것을 떠올린다. 창문 너머, 행인들은 우산을 쥐고 있지 않다. 비는 오지 않았다.


#

  다리오 드렉슬러는 커튼을 닫는다. 더는 대답이 없다. 드렉슬러, 입관할 시간이야. 조노비치의 음성은 침잠되어 하수구 속 검은 물처럼 진득하게 그의 입속에 고인다. 그의 꿈도 죽어 있다.




  뒷내용 더 있는데 못 적겠다…… 우리 어머니는 왜 내게 빨간펜을 시키지 않으셨는가…… 씽크빅이나 함 시작해볼까…… 언젠가 적겠지.


1) 다이무스 홀든은 다리오 드렉슬러의 꿈이었다. 비가 아니야, 홀든, 그건 비가 아니야.


2) You are gone을 '네가 사라졌어,'라고 적으려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다이무스는 자신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니까, 드렉슬러가 '너는 사라졌어,'라고 마치 누군가를 가르치듯, 그게 남아 있는 진실이라는 듯 적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조금은 어색하지만 저렇게 적어버렸다. 다이무스가 어느날 창문 밖에 뒤집혀 적인 문장을 발견하는 데서부터 시작하려고 했는데……

'Cyphe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글다무. 첫 번째 형.  (0) 2014.08.08
바레다무. 잔류. 조각글.  (0) 2014.08.05
다무다무. 앙크르.  (3) 2014.08.01
이글다무. 스미기를 바랐다.  (0) 2014.07.29
이글다무. 햇비.  (0) 2014.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