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다무. 죽어라. 미완.

  임무는 쉴 새없이 이어졌다. 헬리오스의 블레이드, 즉 홀든의 다이무스는 매일같이 제 검을 들었고 기계적으로 무감히도 살점을 떨쳐내며 귀환했다. 일루전으로부터 끊임없이 생산되는 타인의 얼굴을 한 기계 병사들과 낯익은 이들의 클론은 더는 그에게 감흥을 주지 못했다. 심지어 그 스스로의 클론조차 그러했다. 처음의 몇 달 간 그는 자신의 얼굴을 한 그것들의 배를 갈라내야만 했다. 그리고 작전 '일곱 개의 변주곡'이 실행된 후에는 생포를 위해 '그것들'이 죽지 않도록, 그러나 결코 일어나 그와 그의 동료들을 위협할 수 없도록 다리를 베어내야만 했다. 내장 기관들을 잘게 저며놓는다 한들 몸을 일으켜 검을 쥐고 휘두를 수 있는 신체가 남아 있다면 통각이 거세된 클론들은 다시금 일어나 자신의 모체를 위협했다.  지옥의 불사자不死者라도 된 양, 죽음을 거절하듯 폭력적인 연명이었다.

  다이무스 홀든은 자신의 태도를 들고 전장에 나서지 않게 되었다. 그는 점차적으로 망쇄하는 인형들에 익숙해져만 갔다.  클론들의 신체적 특징은 흉터를 제하곤 완벽히 그와 일치했으나 검만은 아니었다. 태도의 날은 자주 무뎌졌고 그는 죽어버린 클론의 품에서 앗은 양산검을 자신의 태도를 대신해 뽑아들어 전투를 이어나갔다. 이처럼 규칙 없는 전장에서 검이란 소모품이다. 그러나 영영 버린 것은 아니었다. 그의 검은 언제나 그 날의 첫 번째 전투 이후 회수되었다. 결론적으로 그는 검날의 살점을 닦아내며 하루를 마감해야만 했다. 비린 녹은 그 수명에 있어 치명적이었기에. 다이무스 홀든은 회사에서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아졌고 자신의 아우의 행적을 귀동냥만으로 접할 수 있었다. 그의 아우 이글 홀든은 그런 그와는 가장 먼 전장에서 하루를 보냈다. 지하 연합 측 배당된 게이트 중에서도 이글 홀든이 전투를 치르는 게이트에 대해선 많은 이들이 그에게 말을 삼갔다. 다이무스 홀든은 굳이 이글 홀든에게 이에 관련된 것들을 묻지 않았다. 그들은 같은 저택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면서도 서로에게 말이 없었다. 다이무스 홀든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탓에, 이글 홀든은 단순히 대화가 귀찮다는 연유였다. 그리고 다이무스 홀든은 제법 오랜 시간이 흐르고서야 제게 그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게 되었는가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다이무스 홀든은 펜을 든 손을 내린다. 문득 칼칼하게 타는 목에 몸을 일으켜 거실로 향한다. 그는 얇은 문짝 너머 선문답을 흘려 듣는다. 안 피곤해? 장난스러운 물음. 죽어라. 대답. 그래. 죽어라. 다이무스, 배 안 고파? 죽어라. 내가 미워? 죽어라, 죽어라, 죽어라…… 쉬어빠진 목소리가 척수를 통한 반사작용처럼 기계적인 문장을 끊임없이 내뱉었다. 문득 칼칼하게 타는 목에 다이무스 홀든은 몸을 일으켜 거실로 향한다. 이글 홀든의 옹송그린 등과 텔레비전의 밝은 불빛에 음영이 진 얼굴을 응시하다 끓어오르는 듯한 앓는 소리를 듣는다. 다이무스 홀든의 시선은 '그것'을 향한다. 안구는 무기질적이었으나 최소한의 생명 활동을 주장하듯 희미한 윤기가 돌았고 고장이 난 양 수어 번을 삭아앉은 지붕 같은 눈꺼풀 속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밭은 숨을 뱉으며 이미 상실한 검자루를 찾아 손가락의 관절만을 꿈질대며 그것은 점차적으로 풍경의 일부가 되어갔다. 다이무스 홀든은 한숨을 내쉬었고 이글 홀든은 천천히 다이무스 홀든을 돌아보았다. 그게 다였다. 이글 홀든은 다이무스 홀든의 클론을 끌고 그들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일루전으로부터 온 클론임에 틀림없었다. 다이무스 홀든은 어째서 그 클론이 지하연합으로, 혹은 그랑플람 측으로 회수되지 않았는가 의문을 품었다.

  "저것을 다이무스라 부르는 것은 그만 두도록 해라, 이글."

  시시때때로 다이무스 홀든은 혐오감에 휩싸였으나 제게 저것을 죽일 이유가 썩 있지도 못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글 홀든이 그것에 흥미를 여즉 잃지 않았음 또한 명정했다. 그것은 다이무스 홀든에 적대적이지도 않았으며 이글에게 실질적인 위협 또한 되지 못했다. 그 증거로, 홀든은 그것을 연명시키고 있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실패작이다, 저것은.




더 못 적을 것 같아서… 적을 수 있음 다 끝내구 싶은데 이거 한 오 분의 일도 못 적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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