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다무. 잔류. 조각글.

  묻어줘. 그의 말은 이해하기엔 너무도 멀었고 졸렬한 변명과 함게 다이무스 홀든의 뇌리를 스쳐 그의 망막 아래 떨어졌다. 옥다문 입술을 두드리던 혓바닥이 차게 식고 뺨을 쥐는 손가락이 굳어졌다. 그의 시선이 닿을 수 없는 곳이었다. 언제나 흔적없이 사라지는 눈처럼 아침이 그들의 품속에서 기미없이 암암했다. 노란 꽃물결이 죽어 밀려온다. 다이무스 홀든은 이끼가 낀 비석에 머리를 뉘인다. 음각된 이름자에 괸 물기가 그의 뿌리 속으로 검게 파고든다. 머릿속으로, 그의 눈동자 속으로 침투한다. 그는 돌린 뺨에 닿아오는 화분의 온도를 알지 못했다. 매일 아침 들이키던 반 잔의 물, 이름모를 새들새들한 풀쪼가리의 흙이 축축하게 젖어들도록 들이붓던 반 잔의 물, 히카르도 바레타의 손, 자신의 어깨, 목덜미, 입술. 히카르도 바레타의 단언처럼, 다이무스 홀든은 확실히 그 만큼이나 원예에 소질이 없는 사람이다. 불구하고 내동댕이 친 화분을 외면하지 못하는 것 또한 발목 잘린 감정의 일부다. 그는 바레타의 감정을 강물이 불어나듯한 사랑땜으로 여겼다. 히카르도 바레타는 정정하지 않았고 오해는 이끼처럼, 곰팡이처럼 다이무스 홀든의 머릿속을 뒤덮었다. 몸을 일으킨다. 흩어진 검은 흙더미를 그러모아 구둣굽으로 파낸 옅은 구덩이에 뿌리 상한 잡초를 욱여 넣는다. 부둑부둑 아스라진 회상의 살점에선 낡은 박종이의 냄새가 났다. 흰 머그에 반절 담긴 물이 조록 떨어진다. 다음 날도 다음 달도 다음 해도 볼된 걸음을 계속하며 비석에는 이끼가 낀다. 다이무스 홀든은 무젖어 울었다. 습벽으로 굳어진 일상에 이미 푸새는 죽어 있다. 바레타의 이름은 푸르게 젖는다. 여전히 깨어진 화분도 배를 드러낸 채, 그 품 아래, 등걸잠에 죽어 있다.




조각글. 캐스커의 편지 들으며 믹향 님 썰[각주:1]로!




  1. http://mikhyangnim.tistory.com/entry/14080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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