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다무. 첫 번째 형.

  다이무스 홀든은 어째서 자신이 죽어야만 하는가 알지 못한 채 살해당하는 과정에 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죽음은 불필요했기에. 그리고 이글 홀든은 맹목적인 상냥함 아래서 다이무스 홀든을 살해하는 과정에 있다. 바닥에 널부러진 팔을 주워드는 손길이 여상하다. 손등에 마찰하는 식어빠진 뺨은 무감이 피어올라 백합처럼 지독하게 개화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아, 죽이고 싶다.' 파괴적인 욕구나 원초적인 성애와는 동떨어진 조금 더 생존에 가까운 중얼거림이었다. 네가 나를 내친 것에 미워서도 증오스러워서도 아니었어. 아마 다이무스 홀든이 조금 더 이성적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그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을런지도 몰랐다. 그는 이 모든 일이 보복성이라 생각치 않았다. 이글 홀든은 마저 희게 웃는다. 그냥, 불현듯 허기가 지는 것처럼. 그는 다이무스 홀든의 저 굳어진 표정 아래 어떠한 감정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다이무스 너도 내가 이런 소란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잖아. 뭐…… 멋쩍은 듯 눈가를 살금 찌푸리며 이글 홀든이 한숨처럼 내뱉는다. 어찌 되었든 할 거지만.

  "형은 키스 한 번과 고백 한 번이면 될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이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음, 이건 다시 못 붙이겠다. 끌하고 혀를 찬 뒤 잘 손질된 정육 같은 팔을 바닥 위로 내던진다. 묵직한 소리. 다이무스 홀든은 바르작대며 자신의 오른팔을 줍기 위에 오른손을 뻗는다. 관념적인 몸짓이다. 이글 홀든은 자신이 즐거운가를 고민한다. 유쾌한 기분은 아니 되었으나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는 몸을 숙여 다이무스 홀든의 바닥을 향한 왼손바닥을 쥔다. 천천히 관절 마디마디를 아프지 않게 주물대며 주머니에 줄곧 잠들어 있던 반지를 꺼냈다. 별다른 장식이 없는 간단한 모양새의 반지였으나 그만큼 다이무스 홀든에 어울릴 수는 없었다. 왼손 약지를 관통하는 시린 감촉에 다이무스 홀든은 말을 잃고 만다. 시멘트 바닥에 처박힌 고개가 간신히 이글 홀든이 있는 방향으로 돌아간다. 이글 홀든은 그 시선 속에서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증오와 충격을 읽는다.

  "정말 이렇게 될 걸 몰랐어?"

  잘게 웃었으나 동시에 말한다. 이건 네가 자초한 거야.

  보랏빛으로 질려가는, 바닥 위를 구르는 다이무스 홀든의 잘린 오른팔을 주워 든다. 그는 그것을 다이무스 홀든의 왼손에 쥐여 준다.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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