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계에 푼 거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정도로 뜨거운 날 검은 턱시도에 맨발인 다이무스가 포장된 도로 위에 장우산 들고 서 있는 게 보고 싶다. 우산 그늘 아래 얼굴엔 표정이 없었으면 좋겠다. 길바닥마저 녹아가는데 화상을 입은 발바닥엔 물집이 터져서 축축했으면 좋겠다.


  다이무스 홀든의 손끝에 작은 싹이 텄다. 신기하네. 드렉슬러는 그렇게 말하며 푸르스름한 이파리가 돋아난 다이무스의 왼손 검지를 거머쥐어 제 얼굴 앞으로 가져다 댔다. 신기하다. 그는 다시 한 번 말했다. 다이무스 홀든은 그런 그의 손을 뿌리친다. 식물이 되어가는 다이무스가 보고 싶다… 그냥 봤을 땐 귀엽고 앙증스러운 풀이었는데 뽑아내면 살갗에 구멍이 뚫리면서 뿌리가 함께 뽑혀져 나오고 그곳에서 피가 흐르면 좋겠다… 다이무스가 발견하는 족족 뽑아버려서 왼손 손가락 끝마디가 핏빛이면 좋겠다. 그거랑 손 감추려고 장갑 끼는 다이무스… 나중에는 막 꽃을 토하고 피부 아래로 녹빛이 도는 줄기가 보이는 것 같고 그랬으면 좋겠다…


  다이무스가 보는 세상이랑 이글이 보는 세상이 완전 달랐으면 좋겠다. 같은 세계에 살고 있는데 마치 다른 레이어 위를 걷고 있어서 다이무스가 바라보는 일그러진 표정의 사람들이 이글의 눈엔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든가. 기왕이면 뇌 손상 와주세요… 다이무스가 점점 자신이 보는 세상을 믿지 못하게 되는 게 보고 싶다. 이글이 장난으로 농을 치듯 난 벨저인데? 라고 말했더니 다이무스가 굳어졌으면 좋겠다. 이글이 무마하듯 장난이라고 말했지만 다이무스는 점점 심각성을 깨단해 가구…


  난 글 적을 때마다 이글이나 벨저가 다이무스를 '형'이라고 부르는 걸 적는 게 너무 거슬린다… (ㅠ-ㅠ ) 사실 분명 '다이무스'라구 부를텐데… 적으면서도 그걸 아는데 계속 형이라고 부르다가 다이무스 홀든이라는 이름을 불렀을 때의 임팩트가 꼴릿한 걸…


  다이무스가 쌔액쌔액거리면서 자기 목을 더듬더듬하다 천천히 질려가며 양 손으로 제 목을 죄듯이 움켜쥐는 게 적고 싶었는데(주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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