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다무. 장난.

  싸구려 플라스틱 안경테가 달그락대는 소리를 냈다. 다이무스는 피로한 눈을 잠시간 검지 끝으로 두어 번 굴려부며 목을 돌렸다. 노트북의 공회전 소리가 유난한 저녁이었다. 어렴풋하게 스민 빛으로 지금이 몇 시인가를 가늠할 수 있었을 따름이다. 기중에 떠도는 레토르트 식품의 자극적인 냄새는 사내 둘이 꾸릴 수 있는, 제법 적당하게 퍽퍽한 생활을 들려주고 있었다.
  말캉한 수면 바지를 입은 채 침대 위에 엎드려 업무를 보고 있는 꼴이 우습기 그지없어 이글은 말아올린 머리카락을 두어 번 잡아 당기며 다이무스에게로 다가갔다. 빨래 내일 돌려도 돼? 잠시 고개를 돌려 이글을 바라본 다이무스가 대답한다. 상관없다. 몇 초만 응시하고 있어도 머리가 핑핑 돌곤 하는 숫자들에는 흥미가 없었다. 이글은 단순히 그를 괴롭히려는 셈평으로 침대 위를 가로질러 누웠다. 머리에 닿아온 남자의 등은 딱딱했고 그러나 퍽 날렵하게 휘어 있었다. 얇은 옷자락이 입술처럼 찹찹했다. 손끝으로 척추를 더듬어 올라가자 이내 허리를 비틀며 단호하게 그만하라는 말을 중얼거린다. 이글이 키들댔다.
  "할 거 계속 해.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더는 가벼운 어린아이가 아니라 일갈하려던 입술을 결국 다물고 만다. 무게감에 숨이 턱하고 막혀왔으나 이글을 쫓아내는 것이 더욱 성가신 과정을 동반하리라는 판단 하에서였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고 정말로 이글이 귓가에 불어넣는 실없는 말들을 무시한 채 차트만을 들여다 보았다.
  여전히 공회전 소리, 달칵이는 마우스의 소음…… 이글은 그 모든 것들을 다이무스의 등에 귀를 댄 채 투과시켜 느꼈다. 더욱 가까이서 소리를 들어보겠다는 듯, 가슴 께로 파고든 손이 더욱 그 몸을 그러 안았다. 갈비뼈, 유륜, 골반이나 배꼽 따위의 것들. 손톱 끝에 닿아오는 것들에 집착하듯 이빨을 목덜미에 세우자 다이무스의 마른 아랫배가 파르르 떨려왔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세계가 180도 뒤집혀 있었다.
  아릿하게 퍼지는 둔통에 이글은 그제야 자신이 침대에서 떨어졌다(밀쳐졌다)는 것을 깨단했다. 골이 당겨 왔으나 퍼석한 웃음이, 멍청하게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다이무스 홀든은 이글을 내려다보지 않은 채 여전히 손가락을 놀리고 있었다. 이글은 윗몸을 일으켜 제 형이 몸을 뉘인 침대의 매트리스 위 턱을 괸다.
  "많이 남았어?"
  "너와 놀아줄 수 없을 만큼은 남았다."
  "그럼 내일 해. 주말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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