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무스. 문신.

  다이무스. 다이무스가 눈을 뜬 것은 냉회와도 같은 목소리를 듣고서였다. 아버지는 마부에게 돈을 쥐여주었고 마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포장되지 않은 도로 위 덜컹대는 마차는 야생 딸기 덤불의 뻗은 손을 짓이기고 빠르게도 달렸다. 잘 참았다. 그 한 마디에도 다이무스는 그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목소리는 상냥하지 못했다. 마치 정해진 대본을 읽는 것처럼 그는 손에 들린 작은 포켓북에 시선을 고정한 채였다. 그는 책을 읽지 않고 있는지도 몰랐다. 어쩌면 어린 제 아들의 숨소리를 세며 글자를 시선만으로 두드리고 있는지도 몰랐고. 다이무스는 그러나 이내 입을 다물었고 머리카락을 어깨 한 쪽으로 넘기며 몸을 더욱 옹송그렸다. 등을 덮은 얇은 옷자락이 핏물에 축축했다. 호되게 얻어맞은 뒤의 손바닥에 입술을 대고 깊게 빨아들이면 이런 비린내가 나곤 했는데 그때와는 확실하게 많은 것들이 달랐다.
  퉁퉁하고 마차의 창틀과 벨져의 고개가 부딪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울렸다. 다이무스는 저러다 그의 머리가 깨지지는 않을까 잠시 고민하다 이내 멍청한 짓임을 깨달았다. 그는 그리 두텁지 않은 담요를 접어 그의 머리밑에 끼워주었다. 무엇이 그리 불편한지 잠시간 몸부림을 치던 벨져 홀든은 이내 고개를 떨구며 다른 나락으로 떨어졌다. 아버지의 손이 커튼을 더욱 짙게 쳐내리고 있었다. 그 어둠 속에서 가끔 마차가 크게 덜컹거려 몸이 뒤로 쏟아지던 때면 다이무스는 작게 비명을 질렀다. 벨져는 깨지 않았고 아버지도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저 마부만이 아주 조금 저택으로 향하는 속도를 줄여주었을 따름이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배아처럼 온몸을 웅크렸다. 모공 속에서 핏물이 화산처럼 터져나오는 상상을 했다. 입술을 열면 톡하고 봉숭아 씨방처럼 울음이 뛰쳐나와 전신을 내달릴 성 싶었다. 다이무스는 시뻘겋게 물이 든 입술을 다시 한 번 꺠물었다. 턱주가리가 파르르 경련했다. 원망할 이가 없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어린 다이무스 홀든은 꿰미에 매달려 있었고 울음을 삼켰다. 이후의 플롯은 여즉 아물지 못한 상처 위로 짐이 내려앉는 감각에 가까웠다. 그는 무게에 짓눌려 땅을 기게 될 것이다.
  "다이무스, 울어?"
  다이무스를 따라 들어가지 않았던 벨져는 눈을 둥그렇게 든 채 제 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원인도 시간도 그에 따른 결과도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는 잔망스럽게 호기심을 충족시켰다. 찢어진 살갗 속으로 침투한 땀방울에 척추가 쓰라리다. 손등으로 이마를 털어내며 고갤 저었다. 아니, 괜찮아. 한껏 뭉게진 기도를 쥐어짜 토해낸 목소리는 추하게 쉬어 있다. 주륵, 하고, 터진 입술에서 솟아오른 핏줄기가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신선한 액체를 훔쳐내며 다이무스는 자꾸만 고개를 내저었다. 괜찮아. 그는 자신이 괜찮지 않다고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흔화된 버릇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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